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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중국시장 공략 카드’는 상용차와 버스였다. 중국 현행법상 해외 업체는 중국내 공장건설을 2개까지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베이징에 승용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는 중국내 마지막 공장으로 상용차와 버스를 선택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존의 승용차 생산기지 구축에 이어 이번에 상용ㆍ버스 생산기지를 갖추게 됨에 따라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풀라인업체제를 구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현대ㆍ기아차 그룹은 최근 2~3년 사이 두드러지게 과감한 ‘글로벌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한 곳에서 계산착오가 나타날 경우 막대한 투자자금이 고스란히 그룹 경영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한 현대차는 현지 시장의 장벽이 높아 최소한 3~5년 정도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에서 성공적인 시장진입이 확인될 때까지는 당분간 적지 않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아차의 슬로바키아공장 역시 유럽시장의 벽을 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상용ㆍ버스 합작법인 설립은 중국 수요를 겨냥해 안정적인 달러박스를 마련한다는 그룹 전략이 담겨있다. 중국은 최근 상용차와 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특히 현대차의 이 같은 대중국 전략은 최근의 국제 정세와도 맞물려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서성문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도요타와 혼다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는 반일감정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미 80년대에 진출해 엄청난 이익을 낸 폴크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업체에 대해 중국 정부의 반발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가장 중립적이면서 선진기술을 확보한 현대ㆍ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브랜드 경쟁력이 뛰어나 중국진출에 가장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UBS증권도 자동차업종 보고서를 통해“현대차는 글로벌 메이커로서 출발이 늦었지만 소형트럭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중국은 지난해 소형트럭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6% 성장하며 1,500만대의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이번 현대차의 상용차 공장 건설은 현대차의 해외 시장 공략의 첨병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가입과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환경 및 중량규제를 강화하고 낙후된 물류 체계 개선을 위해 상용차의 고성능ㆍ고마력화를 추진중인 점 등을 감안, 고성능 중국 전용 상용차모델을 개발, 저가의 중국 모델 뿐만 아니라 고가의 수입모델과도 경쟁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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