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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권 유감

정치권이 17대 대통령선거를 6개월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대통령과 대선 예비후보들간 대립, 청와대ㆍ한나라당간 반목, 열린우리당의 분열, 여권의 대통합을 위한 갈등, 오리무중에 빠진 여권후보들의 행보 등 혼란스런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는 한치의 신뢰도 없고 지켜야 할 최소한의 미덕과 원칙도 없이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만 존재하는 듯 하다. 지금 국제사회에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화라는 이름하에 서구적 가치와 제도들이 무차별적으로 국경을 유린하고 초국가적 자본과 기술이 국가의 벽을 넘나들며 민족경제를 잠식하고 있다. 다자간 세계무역기구(WTO)뿐만 아니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약한 국가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도 여타 약한 국가들보다 그렇게 크게 나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 역시 매우 불안정하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간 ‘2ㆍ13 합의’로 다소 물꼬가 뚫렸으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진전된 사항은 아직 없다. 오히려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주변국들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군비경쟁은 뜨겁기만 하다. 이러한 와중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국민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했다고는 하나 국민들이 느끼는 실물경제에 대한 체감온도는 아직도 낮다. FTA에 대한 비판과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대선을 위해 정략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국회는 국민의 대표성을 상실한 지 오래인 듯 보인다. 민초를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정치라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무색할 지경이다. 국내외적 상황이 이러한데 국민들을 두려워하는, 아니 배려하는 국가지도자들은 한명도 없는 것 같다. 대통령에서부터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에 대한 이해보다는 제 목소리 내기에 급급하다. 여기에 정치패거리들은 대선을 위해 짝짓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백년도 못 사는 인간들이 천년왕국을 꿈꾸고 있는 형국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왜 정치권력을 놓고 이러한 이전투구가 매번 반복되고 있는가. 우리의 정치현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퇴임이후에 올지도 모를 불안이 노대통령의 정치적 술수를 자극하고 악순환으로 상대방의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대선경쟁 주자들도 퇴로가 막힌 상태에서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호간 신뢰의 부재에서 온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선진사회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오로지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교육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에게 배려하고 봉사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파행적인 인간성과 인간관계가 난무하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선진의 문턱을 넘어서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제도적 장치와 게임의 규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이에 따라 행위가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신뢰성이 쌓이고 투명해질 것이다. 그러나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미덕, 상호간 신뢰에 바탕을 둔 인간관계, 남을 배려하는 희생정신 등 없이는 우리의 미래는 풍요롭지 못하고 ‘정글의 법칙’만이 난무할 것이다. 이제 한 단계 진화된 민주사회와 정치를 위해 우리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으로 남에 대한 배려와 봉사정신을 중요하고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덕목을 갖춘 자들을 차기 정치지도자로 선출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를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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