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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3-1. 신뢰 경영의 현장을 가다 (LG전자)

지난 10월말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의 기자간담회 자리. 오너집안의 재산분할 구도에 따라 LG그룹을 떠난 구자홍 회장의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김 부회장은 이 자리를 통해 `2010년 전자ㆍ정보통신 업계 글로벌 톱3`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밝혔다. “LG전자만의 비장의 무기는 `생산적인 노경(勞經) 관계`입니다. 우리는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아무리 어려운 조건이 펼쳐져도 이를 충분히 극복해낼 준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첨단기술과 최신 생산기반 등 현재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LG전자가 중장기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가장 결정적인 무기가 노사관계라는 말이다. ◇“노사는 동등하다”= LG전자에는 `노사 관계`라는 말이 없다. 대신 노경(勞經) 관계로 바꿨기 때문이다. 김영기 HR(인사ㆍ노경담당 부사장) 부문장은 “노사라는 말은 노동자를 물건으로 대한다는, 수직적이고 대립적인 개념”이라며 “노경이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근로자(勞)와 경영자(經)가 동등한 입장에서 회사 경영에 참여, 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노사는 노경협의회나 간담회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당면한 사업 과제나 경영정보를 공유했고 경영자들이 현장의 애로점을 알 수 있도록 현장 체험 활동을 강화했다. 특히 구조조정, 성과급 제도, 복리후생 제도, 현장사원 인사체계 개선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노조와 협의, `일등 LG` 달성을 위한 지렛대로 삼고 있다. 회사 경영진의 노력뿐 아니라 LG전자의 노조는 더 적극적이다. 노조지도부는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노경 R&D 인센 티브`제도를 만들어 성과급의 일부를 1등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업체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력 개발에 노조가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LG전자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아태 지역에의 고용관계: 접근방법 바꾸기`라는 해외 경영학 서적에까지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소개될 정도다. ◇경영진이 앞장섰다= LG전자 노사는 매년 각종 `신노사문화`상을 휩쓴다. 새로운 형태의 노사문화를 발전시킨 공로가 잇달아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 까지 무려 15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지금부터 15년가량만 거슬러 올라가면 LG전자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사관계였다. 사회적으로 민주화 요구가 거셌던 87~88년을 거쳐 여타 기업들이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던 지난 89년만 해도 LG전자는 대표적인 `노사관계의 열등생`이었다. 당시 창원 공장은 모든 시설물 벽면에 시뻘건 스프레이로 칠해진 `개밥(식당밥)도 서러운데 닭장(기숙사)이 웬 말인가`라는 섬뜩한 낙서들이 도배가 돼 있었다. 노조원들은 지게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점거했으며, 경찰서를 습격하고 간부 사원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들이 생산한 TV 브라운관 수백대를 불태우기도 했으며 그 장면은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의 표지를 장식했을 정도다. 당시의 극한 파업은 회사에게 총 4,5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혔으며, 또 창사 이후 처음으로 국내 가전시장의 선두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주는 쓰라린 결과를 남겼다. 김영기 HR(인사ㆍ노경담당) 부문장은 “이때 근로자의 신뢰 없이는 기업 경쟁력 향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한 최고경영진들이 변화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먼저 CEO 등 본사 경영진은 지방 사업장을 방문할 때는 가장 노조 사무실부터 찾았다. 파업의 근원지였던 창원공장 임원들은 매일 정문에서 직원들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아침 인사를 시작했다. 직원들의 피부에 와 닿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현장 사원도 임원이 될 수 있도록 했고, 주택기금ㆍ의료비ㆍ자녀학자금 지원 등 사원 복지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노조 있는 기업이 더 강하다”= 회사측의 진심이 전해지면서 처음에는 `쇼 하고 있다`며 냉소의 눈길을 보내던 노조원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조는 자발적으로 ▲품질ㆍ생산 책임선언 ▲1인 1대 더 판매운동 ▲`LG사랑회` 결성 등에 이어 외환위기 때는 ▲20분 일 더하기 ▲노조위원장의 IMF 극복 특강 ▲우리제품 판매 운동 등으로 화답했다. 그 결과 1인당 생산성은 90년 7,900만원에서 7억원(2002년말 기준)으로, 불량율은 17.1%에서 0.8%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LG전자 노사는 14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했고, 최근 3년간은 `대기업 최초 임단협 타결`의 기록을 세웠다. 장석춘 노조위원장은 “노경이 윈윈할 수 있는 노경관계를 더 발전시켜 `2010년 글로벌 톱 3`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노조 있는 회사가 없는 회사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경영투명성 개선바탕 2010년 세계톱3 ■ LG전자 중장기 목표 LG전자의 중장기 목표는 `2010년 전자ㆍ통신부문 글로벌 톱 3` 달성이다. 지난 4월 지주회사 체제 편입으로 경영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만큼 사업구조나 미래 성장성도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얘기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미국 월스트리저널이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한국 기업사에 가장 획기적인 일이라며 극찬하는 등 숱한 해외 언론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제는 고객이 신뢰하는, 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경쟁사들도 존경하는 일등 LG 달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승부ㆍ주력사업의 1등 달성 ▲신규 유망사업 적극 육성 ▲수익체질 강화를 통한 성장기반 확보 등 3대 핵심과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이동단말, 디지털TV 등 승부사업의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는 한편 홈네트워크,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단말기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을 적극 육성키로 했다. 특히 글로벌 톱3 달성을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보고 200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3억 달러의 마케팅 자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또 연구개발(R&D) 등 핵심역량 확보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6시그마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해외생산 확대에 따라 거점지역의 원가경쟁력을 높여 수익체질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김쌍수 부회장은 “글로벌 톱3 달성을 위해 ▲생산적인 노경관계 ▲혁신 가속화 ▲강한 회사 강한 인재(Great Company, Great People) 등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각국 빈민층 지원활동 활발 지난 7월 26일 LG전자 창원공장 대강당에서는 관람객와 공연자, 모두에게 뜻 깊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140여명의 멕시코 소녀들이 LG전자 임직원들을 위해 `돌아와요 부산항`을 비롯해 `라 밤바(La Bamba)`와 `렛 이트 비(Let it be)` 등 우리 귀에 친숙한 팝송과 멕시코 민요를 부르고 한국 전통의 궁중무까지 선보인 것. 이날 무대의 주인공들은 멕시코 전역의 빈민층을 위한 사회복지 교육 기관인 `소녀들의 집`의 여학생들이었다. LG전자는 한국인 수녀 3명이 이끌고 있는 이곳에 지난 2000년부터 매년 5억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날 행사도 한국문화 체험과 공장 견학 등을 위해 마련했다. 정말지 원장 수녀는 “공연장에 1,500여명 이상이 참석, 나중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한국에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 떠나기 싫다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LG전자는 활발한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 향상과 함께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LG전자가 파키스탄ㆍ모로코ㆍ이집트에서 불우한 가정의 어린이 언청이 환자 수술을 지원하거나 남아공에서 크리켓에 재능 있는 빈곤층 자녀를 후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하나다. LG전자는 또 ▲장애인 아동을 위한 축구 클럽 후원(네덜란드) ▲불우이웃돕기 `사랑의 전화` 지원(말레이시아) ▲마약퇴치 운동(필리핀ㆍ타이) ▲`월급 우수리제도` 시행을 통한 고아원 지원(러시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퇴치 활동(중국) 등 현지 사정에 맞는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이 어느 곳보다 활발한 국가는 바로 중국. 광둥성 후저우시 정부가 LG전자의 높은 사회 공헌을 인정해 매년 1월 31일을 `LG의 날`로 지정하고 시가지 중심부 도로 명칭을 `LG대로`로 명명했을 정도다. 선양시에도 `LG` 이름이 붙은 소학교와 마을이 5곳에 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사랑해요 LG` 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한 이웃과 같으면서도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이 되는데 힘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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