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43으로 지킨 이 수는 최선이다. 흑의 연결고리에 약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백42로 직접 그 약점을 추궁하는 작전도 가능했다. 참고도의 백1로 건너붙여서 백7까지 흑을 분단시켜 공격하는 길인데 조심성 많은 조한승은 이 공격을 당장 결행할까 망설이다가 일단 백42로 자체 보강을 하며 여건이 무르익기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이런 조심성이 말하자면 조한승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한승은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합니다. 명경지수처럼 결코 서두르는 일이 없지요. 그런 면에서는 이창호와 노선이 같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이세돌을 거북하게 하지요.”(김성룡9단) 이세돌은 불 같은 기사가 아닌가. 불이 물을 거북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흑47로 지킨 수는 고심의 일착이었다. 아마추어의 제일감은 참고도2의 흑1로 지키는 것이지만 그것이면 백도 미련없이 백2를 선수로 활용하고 백4로 붙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용당하면 좌변의 흑진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흑47은 백이 선선히 좌변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백48이 놓이자 좌변을 통째로 지키기는 아주 어렵게 되고 말았다. 다시 고심하던 이세돌은 아예 손을 빼고 흑49로 두었다. 하변의 백대마 전체를 위협하는 수였다. 백50은 전형적인 기대기 행마. 형세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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