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옻칠… 캔버스에 아크릴 기법…<br>김덕용 '집-들러보다'·권기수'검은 숲'展 잇달아
| 김덕용의 '결-누이의 방' |
|
| 권기수의 '하얀숲' |
|
수묵담채의 전통 동양화가 나무에 옻칠, 캔버스에 아크릴 등 매체를 달리하며 젊은 감각으로 거듭났다. 나뭇결을 그대로 살리며 그림을 그리는 김덕용의 '집-들러보다'전(이화익 갤러리)과 캐릭터 '동구리'로 이름난 권기수의 '검은 숲'전(갤러리 아트파크) 등 한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잇따른다.
동양화를 전공한 두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면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를 지을 법 한 고유의 감성을 새로운 기법에 담아 표현해 온 작가들이다.
김덕용 씨는 고가구와 오래된 한옥의 서까래 등 세월을 담은 나무 위에 돌가루로 색을 내는 석채(石彩)와 옻칠 그리고 자개 등 전통 공예기법까지 동원한다.
작가는 "내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며 "한참동안 나무를 바라봐서 느껴지는 형상을 여러가지 기법으로 표현하지요"라고 말했다. 그림을 보면 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잠자리들이 노니는 연못을 그린 풍경화에 동그란 파문은 시간이 만들어 준 나이테이고, 한여름 한바탕 뿌리는 소나기는 기와지붕을 떠받쳤던 서까래에 긁힌 자국이다. 그는 2003년부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꾸준하게 참가하면서 해외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강력한 요청으로 정찰제를 적용했다. 가격을 부풀리고 깎아주는 화랑의 오랜 관행에 이끌리지않고 진실된 가격으로 컬렉터와 만나겠다는 작가의 자존심으로 해석된다. 저절로 자연스러워지는 '삭힘의 미학'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0일까지. (02)730-7818
언제나 웃고 있는 동그란 얼굴의 동구리는 웃을 수 밖에 없는 피에로 같은 현대인의 애환을 담고 있다. 전시는 캐릭터 '동구리'를 그리는 권기수 씨의 첫 개인전. 먹(墨)이라는 전통매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1년 이상 드로잉을 하면서 얻은 '동구리'는 팝아트의 전형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작가의 생각은 다르다. "누구도 똑 떨어지게 설명하지 못하는 팝아트라는 장르에 굳이 넣고 싶지 않아요. 단지 무명의 화가가 동양화의 현대화를 고민한 흔적이나 기호 정도로 해석해 주세요." 대나무를 형상화 한 형형색색의 선과 난초 같은 분수 등 동구리 주변에는 사군자가 살짝 모습을 바꿔 등장한다.
전시에는 중국 고사에 등장하는 죽림칠현을 묘사한 5m가 넘는 대작 '검은숲-세븐' 등 최근작 1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12월3일까지. (02)3210-2300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