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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재계의 통합이 주는 교훈
입력2002-05-29 00:00:00
수정
2002.05.29 00:00:00
지금 일본 재계는 니혼 게이단렌(日本經團連)이라는 새로운 경제단체의 출범을 가벼운 흥분과 기대 속에 주시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해도 일본 재계는 양대 산맥인 게이단렌(經團連)과 닛케이렌(日經連)이 대표해 왔으나 지난 28일 통합, 니혼 게이단렌으로 새로 발족한 때문이다.
니혼게이단렌의 초대 회장에는 닛케이렌의 회장이자 도요타 자동차 회장인 오쿠다 히로시(奧田碩)가 취임했다. 전후 일본경제를 이끌어 오던 두 단체가 10여년째 불황속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 경제의 재건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재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게이단렌은 지난 1949년 제조업ㆍ무역ㆍ유통ㆍ금융 등 업종별 단체 및 대기업들을 회원으로 설립됐다.
게이단렌은 일본의 주요 경제정책은 물론 정부의 인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한 때 게이단렌의 회장은 '재계의 총리'로 불리기도 했다.
반면 닛케이렌은 1948년 지방의 경영자협회가 하나로 뭉쳐 탄생했다. 50년대와 60년대 일본 노동운동의 중심이던 '춘투'(春鬪)에 슬기롭게 대처, '재계의 노동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우리의 전경련이나 경총이 일본의 게이단렌과 닛케이렌을 모델로 삼은 것도 사실이다.
원래 통합에는 기득권층이나 노조의 반발이 있게 마련이다. 게이단렌과 닛케이렌도 하나로 합쳐지는 데는 무려 5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10여년째 계속되고 있는 불황이 두 단체의 통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슷한 성격의 단체가 제각각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다는 원칙론에서 출발,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계산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경제단체도 변해야 한다'는 개혁론이 막판 불길을 당겼다. 일본정부도 구조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판국에 재계만이 낡은 체질이나 사고방식을 고집한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거슬린다는 자성론이다.
니혼 게이단렌은 새 출발의 역점사업으로 '일감 나누기'를 선정, 고용창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일본주식회사의 새 사령탑'으로서 '사람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라는 캐치프레이스도 내세웠다. 일본 기업의 특징이기도 한 평생고용을 유지하면서 시장경제와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의미다. 불황으로 잃어버린 10여년을 되찾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국에는 경제 단체로서는 전경련과 경총을 비롯, 상공회의소ㆍ무역협회ㆍ중소기업협회 등 5개 단체가 있다. 이들 단체는 설립목적이나 기능 등이 서로 다르나 성격면에서 유사한 곳도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일본의 니혼 게이단렌 출범은 우리 경제단체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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