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해외펀드 조세회피 보완

올초 제일은행을 매각, 불과 5년만에 투자원금의두배를 넘는 1조원대의 양도차익을 거둔 뉴브리지캐피탈은 엄청난 소득에도 불구하고 세금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우리나라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한 말레이시아내 조세피난처(Tax Haven)인라부안에 법인등록을 해놓아 현지에서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합리한 제도가 일부 보완된다.

우선 국제조세조정법상 조세피난처 등에 이름뿐인 회사를 차린 뒤 우회적으로국내에 투자, 조세조약의 혜택을 보는 해외 펀드 등 소득에 대해 실질과세 원칙을적용할 근거규정이 마련된다.

실질 투자자의 정의 등을 놓고 분쟁이 빚어질 소지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실질과세 원칙은 실질적으로 이득을 보는 주체에 대해 조세조약과 세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실질과세의 원칙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또 재경부 장관이 지정하는 조세회피지역에 근거지를 둔 펀드 등에 대해 배당,주식 양도차익 등 투자소득이 지급되는 경우 국내 법인이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을원천징수하도록 의무화된다.

예를 들어 배당 소득은 국내 법인이 세금을 원천징수해야 하고 주식 양도차익은해외펀드의 국내 법인이 있으면 해당 법인에 의무를 지우며, 없을 경우에는 상장회사는 대행 증권사, 비상장사는 양수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게 된다.

원천징수 의무 부여는 극히 일부의 조세회피지역으로 제한되며 국세청에 사전승인을 받은 경우는 원천징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국내 과세당국의 절차적인 편의는 제고될지라도실질적인 효과는 의문시된다.

실제 우리가 맺은 조세조약중 절반가량은 양도차익의 경우 과세권을 서로 상대국에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제도가 도입돼있더라도 라부안에 법인등록을 해놓은 뉴브리지캐피탈의 경우 제일은행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우리 나라가 갖지는 못하고 궁극적으로는 투자자가 속한 미국 등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조세조약 개정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국제적인 관행과 원활한 투자 유치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 국내 기업이 형식적인 해외법인 설립을 통해 납세를 회피할 가능성에도 대비해 내국법인의 판정 기준으로 `국내에 실질 지배관리 장소를 둔 법인'이라는 개념이 새로 법인세법에 도입됐다.

또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해외진출 지원 차원에서 계열사를 거느린 판매법인 등지주회사 성격의 기업을 해외에 둘 경우도 자회사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조세피난에 대한 중과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