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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또 총기난사… "기독교 믿나" 묻고 총격

최소 10명 사망·7명 부상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올 들어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켰다. 특히 범인이 "기독교인이냐"고 물은 뒤 피해자들을 살해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사회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 내에서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종갈등이 종교갈등과 맞물려 또 다른 '증오범죄'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남쪽으로 약 300㎞ 떨어진 소도시 로즈버그의 엄프콰커뮤니티대에서 이날 오전10시30분 크리스 하퍼 머서라는 26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범인을 포함한 10명이 사망했다. 또 7명이 부상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지난 2013년 9월 워싱턴DC 해군기지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으로 13명이 사망한 이후 최대 피해 규모다. 경찰관들과 총격전 끝에 사망한 범인은 이 학교 학생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또 다른 증오범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한 부상자의 말을 인용해 범인이 학생들을 일으켜 세운 뒤 "기독교인이냐"고 물은 뒤 "맞다"고 대답하면 "너는 잠시 후 하나님을 만나러 갈 것"이라며 머리에 총을 쐈다고 전했다. 아니라고 하거나 대답하지 않으면 다리에 총을 쏘거나 아예 쏘지 않았다. 미 인터넷 매체인 '더 데일리 비스트'에 따르면 범인의 아버지는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 중앙아시아 캅카스 지역 출신이며 어머니는 흑인이다.

다만 범인이 한 데이터 웹사이트에 올린 신상명세에 자신이 "종교적이지 않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사회 부적응자의 비정상적인 과시 범죄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평소 쌓인 분노와 소외감을 표출할 길이 없자 기독교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수 공화당원'이자 '독일 나치 (문양) 수집광'이라고 소개했고 독립을 위해 테러를 일삼았던 북아일랜드공화군(IRA) 관련 사진을 모으기도 했다. AP통신은 범인의 이웃에 사는 여성의 말을 인용해 "그는 정말 퉁명스럽게 보였고 희미한 불빛 아래 발코니에 홀로 앉아 있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특정 종교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보복범죄일 우려도 크다. 올 6월17일에는 한 백인우월주의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 총을 난사해 흑인 9명이 사망했고 8월26일에는 평소 '왕따'를 당했던 전직 흑인 방송사 직원이 "인종전쟁을 해보자"며 백인 동료 2명을 생방송 도중 살해하기도 했다. 또 7월16일에는 테네시주에서 무슬림 청년이 해군시설에 총을 난사해 현역 군인 5명이 사망했다.



이번 비극으로 총기규제가 미 대선의 쟁점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ㆍ버몬트),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주지사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형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총기규제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총기규제는 입씨름만 거듭하다 끝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총기 소유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고 공화당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는 애도를 표했을 뿐 총기규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 신경외과 의사인 벤 카슨 후보는 아예 "총기난사는 범인의 정신적 문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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