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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 <3>신사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지형

삼성-바이오… LG-차부품… 色 바꾸는 기업들, 재계 서열까지 요동


삼성 미래먹거리 '바이오로직스' 제약 판도 위협

LG, 車부품서만 매출 3조 훌쩍 국내 '톱5' 진입

현대차, 자율주행 등 공들여 스마트차기업 변신

사업재편 가속화·빅딜 잇따라 자산 규모도 급변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미는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시작부터 한국 제약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0년 매출 1조8,000억원을 자신하며 단숨에 국내 제약 업계 1위로 올라설 태세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만드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첫 복제약이자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브렌시스의 국내 판매가 임박했으며 '베네팔리'라는 이름으로 유럽 수출도 앞두고 있다. 현재 1위인 유한양행의 연매출이 갓 1조원을 넘긴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약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는 신사업에 몰두하는 대기업들이 바꿔놓은 한국 산업의 한 풍경이기도 하다. 주요 기업들이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먹거리를 적극 키우면서 국내 산업지도의 판은 뒤바뀌고 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사의 '색깔'을 바꾸는 것은 물론 해당 업종의 구도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조직개편을 부단히 실시하면서 핵심그룹의 서열마저 요동치는 형편이다.

가장 과감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곳은 단연 LG그룹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가전 기업이자 전자·화학을 주력으로 삼던 LG는 수십년간 이들 분야에서 축적한 역량을 자동차 부품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LG화학·LG이노텍·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올린 매출 총계는 3조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LG는 현대다이모스(약 2조5,500억원)를 제치고 국내 5위권, 세계 60위권 자동차 부품사로 도약한 상태다. 이재관 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자동차본부장은 "LG그룹은 계열사가 제각기 부품을 만들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자동차 시스템을 완벽히 이해하는 종합 부품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강조했다.



LG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삼성도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속도를 내면서 계열사들의 구도가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소재를 주로 만들던 삼성SDI는 전 세계 4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변신했다. 삼성정밀화학으로부터 전지소재 사업을 끌어오고 케미컬 사업은 분사해 롯데그룹에 넘기면서 배터리 집중도는 더욱 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진 선두기업으로서의 위상도 강화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역시 자동차 부품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기와 삼성SDI를 합병시켜 거대 부품사를 만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되면서 기존 자동차 부품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은 전통적인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수소차 같은 친환경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율주행·커넥티드차로의 전환도 서두르며 친환경 스마트차 기업으로서 컬러를 변화시키는 중이다. 또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자동차 강판 제조부터 완성차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하며 포스코에 이은 2위 철강 기업의 면모도 과시하고 있다.

에너지·통신 두 개의 축을 거느렸던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반도체·사물인터넷(IoT) 같은 영역으로 뻗어나가며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기업으로 색깔을 바꾼 사례다. SK하이닉스는 SK이노베이션(에너지)·SK텔레콤(통신)과 함께 SK의 3대 축으로 떠올랐으며 그룹 내 위상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SK가 현재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지주사(SK㈜) 자회사로 '승격'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여기에 SK㈜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가스 등을 생산하는 OCI머티리얼즈까지 약 5,000억원에 사들이며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에 뛰어든 SK바이오팜·SK케미칼·SKC도 미국 등지에서 신약의 임상시험을 착착 진행하며 제약 산업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삼성과의 전격 빅딜로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등 방위산업·화학 계열사 4곳을 사들인 한화는 원래 잘하던 방산과 화학 업종에서 단숨에 1위와 3위로 각각 뛰어올랐다. 미래를 대비한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을 택하며 산업계 전반을 뒤흔드는 것이다. 방산 업계 고위관계자는 "한화가 덩치를 키우면서 LIG넥스원도 두산DST 인수를 검토하는 등 국내 방산 업계가 한화발 지각변동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태양광 산업에 방점을 찍은 한화가 세계 최대 태양광 셀 제조사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친환경 에너지 산업계도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산업 새판짜기는 자산을 기준으로 한 재계 순위를 뒤바꿔놓을 가능성도 있다. 필요 없는 사업은 과감히 줄이고 차세대 성장산업의 덩치를 키우려는 기업들이 인수합병(M&A) 같은 사업구조 재편을 잇따라 단행하면서 그룹 간 서열이 다시 매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한화는 지난해 삼성과의 빅딜을 거쳐 한진을 제치고 재계 순위 9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한화에 이어 롯데에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과 삼성SDI 케미컬 사업을 넘긴 삼성은 자산이 351조원에서 16조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국내 재계 서열은 꽤 공고한 편이지만 기업들이 사업재편을 위해 깜짝 놀랄 만한 빅딜을 몇 차례 더 단행한다면 순위가 바뀔 여지는 충분하다"며 "당장 대우조선해양 인수기업이 결정되거나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 시나리오만 현실화해도 서열을 다시 매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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