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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문민정부 빛과 그림자] '쌀 개방 불가' 1년만에 뒤집어 국정 치명타

우루과이라운드 쇼크로 지금도 쌀 의무수입 족쇄

문민정부 때는 사상 최초로 국내 쌀 시장이 개방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직을 걸고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빗장을 열었고 이는 집권 초반 국정운영 동력에 치명타가 됐다.

지난 1993년 세계 각국은 'GATT(관세 및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의 일환으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각국의 무역장벽을 없애고 수입할 때 붙는 관세를 인하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고민에 휩싸였다. 공업제품의 수출을 위해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나 쌀 시장도 개방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쌀 시장을 개방 불가'를 내세웠다. 당시 600만명이 넘는 농민 표도 떨어져 나갈 수 있었다. 농민·시민단체는 UR를 '우루과이 괴물'로 불렀다.

하지만 한국과 함께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던 일본과 대만이 개방을 선택했고 결국 우리도 이를 따르게 됐다. 1995년 쌀 소비량의 1%를 시작으로 10년 뒤인 2004년까지 4%를 의무수입하기로 한 내용이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쌀 관세화(완전 개방) 조치를 하지 않는 바람에 먹지도 않을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족쇄에 묶여 있다. 완전 개방은 아니지만 수입 쌀이 국내에 반입된다는 사실만도 당시에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12월9일 대국민 사과 특별담화와 함께 쌀 시장 개방을 선언했다. 또 쌀 시장 개방 책임을 묻는 개각을 단행해 황인성 국무총리와 이경식 경제부총리, 한승주 외무장관, 허신행 농림수산장관을 퇴진시켰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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