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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가장 비싼 '김환기 그림'을 만나다

■ 김환기 특별전 현대화랑서 개막

김환기 1969년작
1969년작 '무제 04-VI-69 #65'
김환기 1974년작
1974년작 '무제 27-V-74 #333'

"나는 그림을 팔지 않기로 했다. 팔리지가 않으니까 안 팔기로 했을지도 모르나 어쨌든 안 팔기로 작정했다. 두어 폭 팔아서 구라파 여행을 3년은 할 수 있다든지 한 폭 팔아서 그 흔해 빠진 고급차와 바꿀 수 있다든지 하면야 나도 먹고 사는 사람인지라 팔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 내 그림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인사가 있기를 바라겠는가…."(1955년 3월, 김환기의 글)

수화 김환기(1913~1974)가 이 글을 쓴 지 60년 후인 지난 10월,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그의 1971년작 '19-Ⅶ-71 #209'는 47억2,100만원(3,1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작가가 살아있었더라면 "미치지 않고서야"라고 했을 그 작품 가격은 국내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 신기록이 됐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미술가'로 등극한 김환기의 전성기 작품을 엄선한 특별전 '김환기의 선(線)·면(面)·점(點)'이 서울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개막해 내년 1월10일까지 열린다. 작품가에 앞서 김환기는 한국현대미술사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작가로, 그의 1970년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전문가 의견을 모은 '20세기 한국미술의 고전' 첫 손에 꼽히기도 했다. 전시는 김환기가 완연한 추상미술의 시대로 접어든 1960년대 작품부터 1974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작고하던 해까지 절정기 작품 22점을 모았다. 대략 300억~400억원으로 추산되는 출품작 가격 만큼이나, 수십 년 소장한 귀한 작품의 전시를 허락한 개인수집가들의 뜻이 귀한 전시다.

1913년 전남 신안에서 부농의 외아들로 태어난 김환기는 1930년대 일본 유학으로 추상미술의 새 경향에 눈을 떴다. 그러나 본격 작가로 나선 1950년대의 그는 "무언가 우리 것을 그려야 된다"는 자각이 강했고 산과 달, 학, 매화, 백자 같은 전통적 소재를 그림에 담았다. 김환기가 '한국적 서정주의'라 불리는 이유다. 이런 경향은 1956~1959년 파리에 머무르던 시절 더욱 강해졌다. 귀국해 활동하던 작가는 1963년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커미셔녀 겸 작가로 참가한 후 돌아오지 않고 뉴욕에 머무르며 작업하다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1960년작 '밤의 소야곡'은 구상적 이미지는 모두 사라지고 점선면으로만 이뤄진, 김환기 추상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1층 첫 방의 1963~1969년 뉴욕시기작은 계절·음악을 소재로 한 공감각적 작품들이다. 이 무렵 작가는 캔버스 대신 면(棉) 바탕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로써 유화임에도 수묵화같은 스밈과 번짐의 효과를 만들어냈고 '동양적 추상'의 근거를 마련했다. 1층 안쪽 방은 절정기인 1970~1973년작들로 그 유명한 '어디서 무엇이…'도 오랜만에 걸렸다. 커다란 화폭에 점을 찍고는 그 하나하나를 사각형으로 둘러싸기를 반복해 완성한 '점화'는 시각적 깊이감과 서정적 울림을 뿜어내며 감동을 전한다.

2층 전시장은 타계직전인 1974년 작품들로 도교에 관심가졌던 작가가 당시 추구한 잿빛 점화들이 마치 그의 죽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표제 대신 숫자로 붙인 제목은 작품완성일이다. '11-Ⅵ-74#206' 은 1974년 6월 11일에 그렸다는 뜻. 현대화랑은 작가 사후인 1977년 첫 개인전 이후 이번 11번째 개인전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일반 5,000원.(02)2287-3591 /조상인기자 ccsi@sed.co.kr

사진제공=현대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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