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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돋보기] 기재부 37회를 아시나요

부처 개편때마다 합쳐져 30명… 崔 "너무 많아 인사 골머리"

"37회 과장들이 너무 많아서 인사를 못 하겠습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한국시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페루를 방문했을 때 기자들에게 한 하소연입니다. 행정고시 37회는 지난 1993년 시험에 합격한 기수로 올해 공직생활 21년 차입니다.

부총리가 37회로 인사로 골머리를 앓는 배경은 이렇습니다. 한마디로 다른 기수에 비해 37회가 너무 많다는 얘기인데요. 기재부 내 37회 과장은 총 30명으로 세종시에 27명이 있고 청와대 등 외부 파견으로 3명이 나가 있습니다. 대부분이 서울대 상경대학 88~89학번입니다.

한 기수에 10~20명 안팎인 다른 기수에 비해 37회는 인원이 훨씬 많습니다. 하나의 국에 37회 과장이 총괄과장·차석과장으로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37회가 유독 많아진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부처가 자주 개편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행시를 준비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재무부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1993년 재경직 공무원에 합격했던 37회는 성적순으로 8명이 재무부에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EPB)이 통합되면서 인원이 28명으로 늘었습니다. 1999년 분리됐던 기획예산처가 2008년 다시 기재부로 합쳐지면서 인원은 30명이 됐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재무부로 입사한 일부 과장들은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기재부는 보통 총괄과장을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시킨 후 외부 파견을 보냅니다. 이를 기재부에서는 '일어난다'고 표현합니다. 책상에만 앉아있다가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이 되기 위한 절차로 본부를 떠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37회 과장들은 최악의 경우 부이사관 승진도 하지 못한 채 본부를 떠나야 한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기재부 내 37회 30명 가운데 부이사관은 16명에 불과합니다. 예산실 내에서 승승장구하던 한 과장은 동기들에 밀려 본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최 경제부총리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남은 14명을 추가로 승진시켜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는 얘기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부처 내 부이사관 정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이는 최 경제부총리가 여의도로 떠난 후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자에게도 최대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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