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울릉도에 소규모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공군 전투기 활용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독도 긴급 상황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울릉도와 흑산도에 50인승 소형 여객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소규모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거론돼온 울릉도 공항 건설 계획을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심의 핵심은 총사업비 5,805억원이 투입돼 오는 2021년 개항할 예정인 울릉도 공항. 독도 방어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신속 대응은 가능하다. 독도에 접근하려는 적성 비행체가 발견되면 강릉이나 대구의 공군기지에서 발진해도 7~10분이면 독도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 문제는 빠른 기동이 연료를 많이 소모해 체공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 전투기끼리의 공중전(dog fighting)이 가시거리 안팎에서 벌어진다면 급속 회피기동에 따라 연료 소모량이 더욱 늘어나 대응력이 줄어들게 돼 있다.
그렇다면 신설될 울릉도 공항을 전투기 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까. 극히 제한적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활주로 길이가 짧다. 당초 계획한 1,800m도 짧은데 1,200m급으로 줄어들어 더욱 힘들어졌다. 비상 이착륙은 가능하지만 완전 무장 상태로 이륙은 모험에 가깝다. 통상 이륙거리보다 긴 활주로를 요구하는 착륙은 더 까다롭다.
두 번째는 동해의 심해로 둘러싸인 울릉도의 자연 여건상 활주로 확장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바람 방향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부는 바람이 대부분 북서풍이거나 남동풍인 반면 울릉도는 이착륙하는 전투기를 옆에서 때리는 동서풍이 분다. 활주로 길이뿐 아니라 폭도 넓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로 전투기의 피로도가 심해질 수 있다. 바다 인근의 비행장이기에 소금기가 많은 해수에 의해 부식이 빨라질 수 있다. 항공모함에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육상기지용 전투기의 비상시 착륙장치인 에레스팅 후크가 F-5를 제외한 공군 보유 전투기의 전 기종에 달려 있으나 사용할 때마다 기체에 보이지 않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착륙용 낙하산 이용 역시 마찬가지다. 에레스팅 후크를 한 번 사용하면 활주로를 재정비하는 데 10~20분이 소요된다는 점 역시 작전 운용성을 떨어트릴 수 있는 약점으로 꼽힌다.
대안은 활주로의 길이와 폭을 늘리는 것인데 결국의 돈 문제로 귀결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울릉도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공중 전력을 전개할 수 있는 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장기적 시각으로 순차적으로 활주로를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귄홍우기자 hongw@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