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신춘호의 뚝심… 북한 나진 통해 '백산수' 반입, 글로벌 생수신화 쓴다

농심_나진부산항
지난 7일 북한 나진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농심 백산수가 부산항에 하선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3차 시범운송사업의 일환인 이번 운송을 통해 운반된 백산수의 양은 170톤이다. /=연합뉴스

나진·하산 3차 시범사업으로 다롄 안거치고 부산항 들여와

물류비·운송시간 대폭 단축

첨단 생산설비까지 갖춰

정기노선으로 자리잡으면 글로벌 수출 전략 노선될 듯

日·유럽 등 해외 판로 확대… 2025년 매출 1조 달성 목표


7일 오전 부산항 신항 제4부두. 이른 아침부터 항만에서 대기하던 농심 직원들은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동쪽 바다만 응시했다. 30분쯤 지나자 검은색 화물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물선이 부두에 입항하자 농심 직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기쁨을 갖추지 못했다. 화물선에는 농심이 중국 옌볜에서 생산한 생수 '백산수' 170톤이 실렸다. 여느 때와 비슷한 풍경일 법도 했지만 통상 이용하던 중국 다롄항이 아닌 북한 나진항에서 선적된 제품이라는 점이 달랐다. 정부가 추진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3차 시범운송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5·24 대북 제재 이후 북한에서 출발한 민간 화물이 우리 땅을 밟은 첫 사례다.

신춘호 농심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글로벌 백산수 프로젝트'가 생수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 나진에서 들여온 백산수는 시범사업인 탓에 단발성 행사로 진행됐지만 향후 북한을 경유하는 운송로가 정례화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수 브랜드로 도약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산수는 그간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백두산 인근에 위치한 얼다오바이허 공장에서 철도로 다롄항까지 1,000㎞를 이동한 뒤 선박을 통해 다시 평택항(600㎞)이나 부산항(1,000㎞)으로 들어왔다. 평택항을 이용하면 1,600㎞, 부산항은 운송거리가 2,000㎞ 가까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 백산수가 입항한 경로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 나진항까지 차량으로 250㎞를 운송한 뒤 부산항까지 선박으로 950㎞가 소요돼 전체 운송구간이 1,200㎞에 불과하다. 기존 평택항보다는 400㎞, 부산항에 비해서는 800㎞ 짧다. 물류비용은 물론 운송시간도 대폭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에 나진항을 경유한 노선은 아직 시범사업이어서 정확하게 물류비를 추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정기 노선으로 자리 잡으면 백산수의 글로벌 수출을 위한 전략 노선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이미 신 회장의 주도하에 백산수를 글로벌 생수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창사 이래 최대 금액인 2,000억원을 투자해 지은 중국 백산수 신공장이 대표적이다. 기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20만톤 수준이었지만 10월 가동에 들어간 신공장은 매년 100만톤의 백산수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생수 업체 중 최대 규모다.

백산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백두산 원시림보호구역에서 끌어올린 수질이다. 농심은 천연미네랄 성분을 함유한 백두산 용천수를 인위적인 방식으로 취수하는 대신 자연용출 방식으로 제조한다. 지표면으로 나온 용천수는 공기와의 접촉이 차단된 전용 생수 라인을 타고 즉시 용기에 주입된다. 글로벌 1위 생수 브랜드 '에비앙'에 생산설비를 납품한 독일 크로네스의 포장설비를 도입하고 생수 용기도 캐나다 허스키로부터 공급받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설비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백산수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생수로 꼽힌다. 백두산의 우수한 수질과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신뢰할 수 있는 생수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전체 생산물량의 70%가 현지에서 팔린다. 중국 보이차 제조사인 윈난푸얼시핀차예유한공사는 "백산수는 중국 전통차인 보이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물"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생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호재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는 중국 생수 시장이 올해 23조원에서 10년 내에 7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백산수의 인기가 매섭다. 중국보다 2년 늦은 2012년에 판매를 시작했지만 성장률에서는 경쟁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며 백산수는 점유율 5.6%로 제주 삼다수(45.2%)와 롯데 아이시스8.0(5.8%)에 이어 3위다. 하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30%에 달해 삼다수(6.3%)와 아이시스8.0(19.2%)을 크게 앞질렀다. 생수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삼다수의 기세를 꺾을 제품은 백산수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농심은 오는 2025년까지 백산수를 연매출 1조원대로 키워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올해 400억원을 기록한 백산수의 내년 매출목표는 800억원. 내년에는 중국에 이어 일본·러시아·유럽 등 해외 판로도 적극 개척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난 50년 동안 신라면이 농심을 먹여 살렸다면 다음 50년은 백산수가 이끌 것이라 강조할 만큼 백산수에 대한 애착이 깊다"며 "백산수의 성공은 라면과 스낵으로 성장한 농심이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