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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똘똘 뭉치는 조선·철강, 왜?

우리끼리 싸우다 생긴 '플랜트 재앙' 막고

조선 '빅3' 수주경쟁력 강화 위해 해양플랜트 국제표준화 추진하고

철강은 17년만에 긴급회의 열고 수입산 규제강화 한목소리 내기도


"우리끼리 싸우다 남 좋은 일만 시킨 셈이죠."(조선업계 관계자)

석유시추선 등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경험 부족과 잦은 설계변경으로 인도가 지연돼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하자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뼈저린 후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해양플랜트는 상선 수주 부진을 겪는 조선업계의 희망이었고 한국은 물론 세계 '빅3'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경쟁적으로 오일 메이저 입찰에 뛰어들었다. '빅3'의 건조 능력이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이어서 수주전은 사실상 한국 기업 간의 다툼이었다.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가격은 최대한 낮췄고 선주사에 유리한 조건들이 제시됐다. 이렇게 수주할 때마다 '빅3'는 불과 몇 년 뒤 찾아올 재앙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세계 최대' '세계 최초'를 뽐내기 바빴다.



해양플랜트가 불러온 대규모 적자 이후 '빅3'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가격 담합 같은 불공정한 방법이 아니다. 함께 전문가를 육성하고 해양플랜트 자재나 설계·업무절차·계약서 등을 표준화해 원가는 최소화하고 위험요인도 잡아내는 방식이다.

'빅3'는 14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미국선급협회 ABS와 세계 오일메이저, 해양 전문엔지니어링 회사와 함께 '해양플랜트 표준화 추진 착수 회의'를 열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국제 표준을 만들기로 하며 본격적인 상생의 물꼬를 텄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해양플랜트의 원가 상승·공정 지연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표준화가 필수"라며 "국내 기자재 업체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도 똘똘 뭉치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수요는 없는데 중국을 중심으로 설비가 늘어나 공급 과잉이 심해지자 철강업계는 저가 수입산 규제 강화에 한목소리를 내는 한편 자율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17년 만에 철강업계가 모여 민간협의회를 열었고 9월에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등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긴급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열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워낙 어려운 시황 속에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업체들이 경쟁 대신 협력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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