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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감동 지분(?) 키워가는 ‘뮤지컬 키즈’

존재감 없던 아역, 노래·연기로 무장하며 극중 비중 키워

“안녕하슈, 나는 가브로쉬! 여긴 내 구역, 내가 왕!”

지난달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선 ‘귀엽다’는 속삭임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갈채의 주인공은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 공연의 아역 배우 윤 펠릭스. 그는 프랑스 혁명 학생군을 돕는 거리의 소년 가브로쉬 역을 맡아 ‘깜찍한 등장’으로 시선을 끌고 ‘충격의 퇴장’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3년 만의 한국 공연 재연을 앞두고 세 차례에 걸쳐 오디션을 실시했다. 극 중 프랑스 혁명 학생군을 돕는 거리의 소년 ‘가브로쉬’ 역을 맡을 남자 아역은 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열연 중인 아역 배우 이태경./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귀여움을 넘어 연기력으로 뮤지컬 무대를 장식하는 아역 배우가 늘어나고 있다. ‘연기 노래 못해도 깜찍하면 그만’이란 생각은 금물. 상당수 아역은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당당히 배역을 꿰찬 ‘이 구역의 실력파’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엔 괴물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아역이 등장한다. 현재 이 캐릭터는 오지환·이윤우·김선준 등 세 명의 배우가 맡고 있다. 모두 제작사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오지환은 이제 14세이지만, 프랑켄슈타인 초연은 물론 레미제라블과 킹키부츠 국내 초연에도 출연한 베테랑이다. “단백질은 유기질의 결합 전기자극 반응하는 세포 (중략) 뇌신경은 중추신경 손상 위험 높아 부패가 된 시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낭랑한 목소리로 과학용어를 읊어대다 엄마의 죽음 앞에 오열하고, 자신의 운명에 고뇌하는 모습까지. 어려운 대사와 감정 연기를 펼치는 아이들에 관객은 힘찬 박수를 보낸다.

레미제라블도 서류 심사를 제외한 총 3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윤 펠릭스·이태경·곽이안을 가브로쉬로 낙점했다. 영국 오리지널 제작사가 1·2차 오디션 통과자를 다시 깐깐하게 심사해 최종 합격자를 뽑았다.



연기·노래 다 되는 ‘뮤지컬 키즈’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극 중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무대에 짧게 등장하는, 존재감 낮은 캐릭터를 아역이 주로 맡았다면 최근엔 극의 감정을 끌어가는 역할까지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최근 연기 학원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기와 춤, 노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교육하다 보니 아역 풀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2013~2014년 국내 초연한 뮤지컬 ‘원스’는 여주인공 ‘걸’의 딸 ‘이반카’ 역으로 아역 배우 3명을 캐스팅하고, 이들을 전담 관리하는 스태프인 ‘샤프롱’을 배치했다./사진=신시컴퍼니



작품에 따라 공연 기간 아역만 전담하는 스태프를 두기도 한다. 바로 샤프롱(chaperon). 샤프롱은 ‘젊은 여성이 사교장에 갈 때 동행하는 보호인’을 뜻하는 단어로, 뮤지컬 계에선 아역 배우의 보모를 지칭하는 말로 쓰고 있다. 뮤지컬 ‘원스’는 국내 초연(2013~2014)때 극 중 여주인공 ‘걸’의 딸 이반카를 연기하는 아역 3명을 캐스팅했고, 이들을 관리할 샤프롱을 뒀다. 현직 뮤지컬 배우인 이수영이 이 업무를 맡아 무대 뒤에서 꼬마 배우를 돕고, 때론 음악·연기 지도도 했다. 레미제라블 역시 남녀 아역만 총 9명에 달해 샤프롱 2명을 따로 배치했다. 이들은 사전 스튜디오 리허설부터 폐막일까지 아역 배우의 등·퇴장과 의상 체인지 등을 담당한다.

국내 뮤지컬을 이끌어 갈 ‘뮤지컬 새싹’의 증가는 행복한 일이지만, 제작진에겐 말 못할 고충도 있다고. “캐스팅 후 갑자기 변성기가 오거나 키가 많이 커 배우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저희도, 아이도 참 속상하죠.”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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