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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취미 사라진 사회… 창의도 생산성도 기대 못해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놀 줄 모르는 삭막한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취미가 없다'는 성인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취미를 가지려 시도하지도 않았다는 답변은 51.1%에 달했다. 놀 시간이 주어져도 TV를 보거나 낮잠으로 무료하게 지내는 이 역시 10명 중 6명이나 됐다. 이러니 사회의 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퇴근길 직장인이 항상 피곤에 절어 있고 눈이 퀭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국민들이 '취미 없음'에 빠진 것은 그만큼 삶의 여유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전세대란을 피하려 내 집 마련에 나서다 보니 은행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고 사교육비 급증으로 교육비 비중도 20%까지 커졌다.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은 제자리인데 지출은 늘기만 하니 생활이 빠듯한 게 당연하다. 취미생활을 할 정신적·물질적 여력이 있을 턱이 없다. 취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부담(29.0%)'과 '바빠서(26.7%)'를 꼽은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가를 게으름과 동의어로 취급하는 직장 문화도 회사원들을 옥죄는 요인이다. 휴식을 죄악시하는 직장이 어찌 피곤하지 않을까. 연평균 13일의 휴가 중 6일을 쉴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니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 일하면서도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에 머물 수밖에 없다.

취미가 다양성의 회복이자 창의의 산실이라는 사실은 세계를 변화시킨 혁신가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세계 최고 부호라는 점 외에 '독서'라는 취미를 공통점으로 갖고 있다. 이들이 일벌레로만 있었다면 어떤 영감도 얻지 못하고 윈도와 소셜네트워크(SNS) 역시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창의가 넘치고 생산성이 높아지기를 바란다면 일을 최고의 덕목으로 하는 사회부터 바꿔야 한다. 취미의 복원이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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