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의 표정이 심각하다 못해 비장하다. 이를 두고 늦게 귀가하는 여동생을 혼내기 위해 문 앞에 나와 선 오빠의 얼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작품 속 인물은 조각가 권대훈, 즉 자신의 모습을 조각한 자소상이다. 이 조각의 특이한 점은 작품에 드리운 그림자다. 인물상을 포함해 뒤편 창틀 그림자까지 화면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그림자를 함께 표현하는 조각은 드물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순간의 이미지를 빛의 변화로 포착하려 했다면 권대훈은 그림자로 찰나를 잡아내려 했다. 조각가는 3차원 입체를 만들기에 다분히 '공간'을 다루는 사람이지만 그는 '시간'의 변화에 더욱 주목했고 조각을 만든 다음 그림자까지 함께 배치해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를 끄집어냈다. 현재 서울대 조소과 교수인 작가는 지난 2011년 영국왕립미술원의 현대미술 조각 부문 상인 '잭 골드힐 조각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작품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내년 1월22일까지 볼 수 있다. (02)549-7575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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