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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등 몇몇 아웃도어 업체가 협력사에게 일을 맡겨놓고 수십억원을 떼먹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며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 사실이 드러난 밀레, 신한코리아(JDX), 레드페이스 등 3곳에 과징금 총 8억4,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2013년 1월부터 약 2년간 협력업체들에게 의류 제조를 맡기고 어음 할인료와 어음대체 결제 수수료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결제수단 만기일이 납품일부터 60일을 넘어가면 어음은 액면 7.5%의 할인료, 어음대체 결제수단인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경우 7% 수수료를 수급사업자에 지급해야 한다. 이유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이번 조치는 원사업자가 수급 사업자에게 하도급 관련 대금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지급하지 않은 행위를 적발· 제재한 것"이라며 "향후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경우 엄정한 조치를 취해 하도급 업체의 경영 안정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밀레는 무려 59개 협력업체에게 총 29억1,263만원의 어음 할인료를 제때 주지 않았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뒤늦게 밀린 할인료를 지급했지만 과징금 6억4,400만원을 물게 됐다. 골프의류 브랜드 JDX를 보유한 신한코리아는 할인료와 수수료 약 4억6,000만원, 레드페이스는 4억여원을 미지급했다. 신한코리아와 레드페이스에게는 각각 1억3,500만원, 6,1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하도급법을 위반한 것은 레드오션인 아웃도어 시장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밀레의 경우 연이은 마케팅 실패가 이번 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차례 간판모델을 교체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해진데다 세컨드 브랜드 '엠리밋'마저 부진을 겪으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공정위에 따르면 밀레의 당기순이익은 2013년 356억원에서 2014년 19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2,838억원에서 3,061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스페이스나 K2를 따라 서브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기존 밀레와의 차별화에 실패해 사업을 접는다는 얘기가 돈다"며 "업계 5위 쟁탈전에서 밀려나 현재 5위인 네파와의 격차가 커졌고 7위였던 아이더에게도 따라잡힌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밀레 측은 "어음 할인료 지급이 늦어진 것을 간과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60일 이내 어음으로 모두 지급하고 있다"며 "세컨드 브랜드 엠리밋의 철수설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엄중한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유사한 피해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업체의 매출 하락세가 계속되면 협력업체 뿐만 아니라 대리점에 대한 횡포 역시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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