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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회선진화법 조속히 개정해야

소수 의견 듣겠다는 취지 퇴색


국회선진화법은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가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보장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그리고 당초 목표대로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후 의장석·위원장석의 물리적 점거 및 다수당에 의한 일방적 의안 처리 같은 구태는 사라졌다. 그러나 다수당이라 해도 국회의원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인 180석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면 소수당의 합의 없이 어떠한 법안도 처리할 수 없는 기현상이 야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원이 발의한 입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 비율을 비교하면 18대 국회에서 13.6%였는데 국회선진화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19대 국회에서는 4.4%로 현저하게 낮아졌다.

더욱이 여당의 중요한 정책법안은 물론이고 민생법안, 과거사 피해자 지원 관련 법안, 인권 관련 법안 등 의미 있는 법안들도 여야 간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제대로 심의조차 안 되거나 전혀 관련 없는 법안들과 연계돼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필요한 입법은 물론 시급한 입법까지 미뤄지고 있다. 국회의 비효율성이 극에 달한 것이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채택해 최종적인 의사결정 원리로 다수결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또 헌법 제정권자인 국민은 국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국회에 국민의 권한 중 일정 부분을 위임하면서 국회가 정책을 결정하도록 하는 대의제를 통해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고 있다. 즉 모든 국민이 모든 사안에 대해 의사를 표시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대의제와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통해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실현한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은 헌법이 규정한 다수결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을 훨씬 넘어서는 가중된 다수결을 규정했으며 다수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다수파라도 소수파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반(反)대의제적 요소를 내포한 위헌적인 법률이다. 결국 정책법안, 민생법안,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소수파가 원하는 엉뚱한 법안을 끼워넣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국민의 대표된 의사를 왜곡하는 중대한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이 같은 경우는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특정한 안건이 신속히 처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최장 60일 이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하며 프랑스의 경우에도 의결절차를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고 독일·일본 역시 유사한 제도가 있다. 외국의 경우 급변하는 정세에 맞춰 국회의 시의적절한 입법으로 정부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의 국회선진화법은 대화와 타협을 빌미로 시의적절한 입법은커녕 정부의 발목만 잡고 있다. 물론 우리 국회법에도 안건의 신속처리에 관한 예외적 규정이 있으나 안건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역시 국회의원 180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다수가 언제나 선일 수는 없다. 그러나 다수의 결정이 국민의 뜻에 조금 더 가깝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이고 우리 헌법이 채택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다. 소수 의견은 보호돼야 하고 경청돼야 하지만 다수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소수의 보호에 치중하다 전체 국민의 대표된 의사를 왜곡한다. 국회선진화법은 조속히 개정돼야 할 것이다. 몸싸움 국회가 없어졌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국회의 비효율성·비생산성이 용인될 수는 없다.

변환봉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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