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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문민정부 빛과 그림자] 금융실명제 전면 시행… 부정부패 원천 봉쇄·정경 유착 고리 끊어

■ 금융·부동산 개혁

금융실명제 실시 발표
이경식(왼쪽)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홍재형 재무부 장관이 1993년 8월12일 저녁 정부종합청사에서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금융실명제 실시 발표 다음날 은행을 방문한 시민들이 영업시간 변경을 알리는 게시문을 보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1993년 8월12일 오후7시45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대국민 특별담화를 발표한다.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뤄집니다."

전임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 실시발표와 유보조치 등 두 차례의 좌절을 겪은 금융실명제가 철저한 보안으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준비과정을 통해 전면 실시되는 순간이었다. 발표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언론들이 '목요일 저녁의 충격'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전예고 없는 조치였다. 경제개혁 중의 개혁으로 불리는 금융실명제는 후속 조치인 부동산실명제와 함께 김영삼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꼽힌다. 그만큼 시행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시행 이후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컸다.

금융실명제가 처음 발표된 것은 5공화국 당시인 1982년 7월이다.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이 나라를 뒤흔들자 전두환 정부는 '7·3조치'를 통해 금융실명제를 1983년 7월부터 전면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련법까지 국회를 통과했지만 같은 해 12월 전두환 정부는 1986년 이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 시행하겠다며 기존 방침을 바꿨다. 노태우 정부도 1988년 7월 금융실명제 실시 방침을 밝히고 작업반까지 만들어 준비작업을 벌였지만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며 유보했다.

사실상 꺼져가던 금융실명제의 불씨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 살아났다. 김 전 대통령이 하나회를 시작으로 각종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척결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자 금융실명제 추진도 급물살을 탔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6월 이경식 당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게 금융실명제 추진방안을 은밀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두 달 만인 8월12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통해 금융실명제가 전격 시행된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담화문에서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지 않고는 이 땅의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고 정치와 경제의 검은 유착을 근원적으로 단절할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실명제의 골자는 △금융기관 거래 시 반드시 실명 사용 △비실명 금융자산을 2개월 내에 실명전환 시 최고 5,000만원(미성년 1,500만원)까지 자금 출처조사 면제 △실명 전환 없는 금융자산 인출 금지 등이었다. 실명제 실시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 자금난 완화, 증권시장 안정화, 부동산 투기 방지, 자금의 해외유출 방지 대책도 동시에 시행됐다.

사전 예고 없이 시행됐던 금융실명제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실명전환 의무 기간이었던 8월13일부터 10월12일까지 실명전환율은 무려 97.4%에 달했다. 실명으로 전환된 가명과 차명예금액은 모두 6조2,379억원에 달했다. 문민정부의 경제개혁은 부동산실명제로 확대된다.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부동산에 자금이 쏠리고 명의신탁에 의한 투기 및 음성 불로소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1995년 1월6일 부동산실명제 도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임기 말 경제난 심화로 금융실명제 완화론이 제기되자 결국 1997년 말 장기채권과 외평채를 무기명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는 보완 조치를 단행한 것은 실명제 도입 취지를 퇴색시키고 비자금 조성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옥에 티로 지적된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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