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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돈이 많을수록 행복해지는가

<13> 과잉의 역설


옛날에 임금님이 한 분 계셨다. 하루는 이발하러 갔는데 이발사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머리를 깎아주는 게 아닌가. 그 다음에 갔을 때도 그 왕실 전속 이발사는 또 콧노래를 부르면서 머리를 깎아준다. "흐음, 저놈은 뭐가 저렇게 신나지? 가만히 보니 올 때마다 저러네!" 괜스레 기분이 나빠진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물었다. "이발사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 한 신하의 제안은 독특했다. 금 99냥을 이발사에게 주면 곧 불행해질 것이란다. 그렇게 했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곧 이발사는 콧노래부터 중지하더니 심각하게 불행해졌다. 금 1냥을 구해서 백냥을 만들 궁리를 하느라고 그렇게 된 것이다.

돈은 많을수록 행복해지는가. 다들 예상하듯이 대답은 '노'다. 왜 그럴까. 첫째, 돈이 많아지면 그것을 관리하는 데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그리고는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절세 금융상품을 찾아야 한다. "어디다 투자하면 돈을 더 많이 불릴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그것도 머리를 쥐어짜 가면서 고심한다. 돈을 많이 물려받은 2세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더 따갑다. 부모가 준 유산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못난 자식'이라는 비난도 두렵다. 돈 많은 부자들이 제일 고민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벌어놓은 돈을 지키는 것 자체가 지상목표다.

둘째, 돈이 많이 생기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똑같이 지하철 타고 다니다가 한 사람이 돈 벌어서 자가용을 몰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은 배가 아파 온다.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반드시 보복당하게 돼 있다. 모르는 사람들도 돈 많으면서 돈 안 쓰면 쩨쩨하다고 욕한다. "어이구 저 인간 엄청 구두쇠다! 옹졸한 인간 같으니라구! 저 인간은 돈밖에 몰라!" 돈 많다는 이유만으로 얻어먹는 욕들이다.

셋째, 돈이 많이 생기면 시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한다. 돈을 벌려면 시간을 써야 한다. 시간을 쓰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는 없다. 다들 눈이 벌게서 돈 벌려고 하는 세상에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은 없다. 로또도 그냥 당첨되는 게 아니다. 1등한 집을 찾아다니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있는 돈 쓰는 것은 어디 쉬운가. 시간을 쓰지 않으면서 돈을 쓸 수 있는 길은 없다. 돈이 많아지면 돈 써야 할 곳도 많아진다. 그냥 조용히 자신의 시간을 보낼 수 없어진다. 돈을 많이 벌수록 기회비용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더욱 바빠진다. 심지어 시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느라 시간과 돈을 쓰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한다. 남에게 행사하는 권력의 맛은 짜릿하다. 돈이 그걸 가져다준다. 돈은 또 우리에게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 그 외에도 돈 쓸 곳은 많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 있어서 걱정이라는 것은 그냥 행복에 겨워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분명하게 해둘 일이 있다. 돈이란 무한정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연봉 7,500만원이 될 때까지 인간의 행복은 꾸준히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그냥 플랫하게 간다. 그때부터는 돈과 행복의 관계지수가 제로라는 사실을 깨달아라!



"나는 비즈니스 세상에서 성공의 끝을 보았다. 하지만 일터를 떠나면 내 삶에 즐거움은 많지 않다. 결국 부는 내 삶의 일부가 돼버린 하나의 익숙한 '사실'일 뿐이었다.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생을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그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말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이제야 우리는 왜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는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오는지를 깨닫게 된다.
☞★★★★★★★★★★☞ [ 본문:2 ] ☜★★★★★★★★★★☜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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