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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떠날 수 없는 자-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

지난해 말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을 떠났다. 그는 동아시아 최고의 지휘자로 10여년간 국내에서 서울시향을 키워왔다. 오케스트라는 많은 악기 수만큼이나 다양한 개성과 특징을 지닌 단원들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지휘자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와도 같다.

지휘자에게도 불굴의 개척 정신이 필요하다. 정 감독은 시도하지 않은 장르와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서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을 것이다. 그 결과 서울시향은 동아시아 최고 오케스트라의 위치에 올랐다. 그런데 그가 쌓은 명성과 성과가 얼마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그는 청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5년을 하루 남긴 저녁 마지막 공연 무대에 섰다.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큰 만큼 박수는 끊길 줄 몰랐다.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은 2015년과 함께 이렇게 퇴장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너 경영인인 필자는 다른 면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서울시향이라는 남겨진 조직이다. 만약 정 감독이 아닌 서울시향이라는 조직에 문제가 있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역시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비록 세계적 지휘자일지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게는 부족한 것 한 가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절박함이다. 떠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절박함이 없다. 그러나 오너 경영인은 자신의 자리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떠날 수 있는 자와 떠날 수 없는 자. 그래서 누구는 목숨을 걸어야 하고 누구는 새 일터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차이 말이다. 남아야 하는 자는 조직의 생존과 성장에 자신의 목줄을 함께 묶어 승부를 건다. 기업의 운명이 곧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절박함과 치열함은 평상시에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기업이 생존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선장의 결정이 오너 경영인의 운명이다. 배가 가라앉을지라도 그는 배를 떠날 수 없다. 이 점이 오너 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의 극명한 차이다. 그 결기는 결국 나와 기업을 하나로 생각하는 일체감에서 나온다. 일체감은 바로 소유의식이다. 물론 배타적 소유의식으로 많은 부조리가 나오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소유의식에는 이같이 다른 일면도 있다.

오너 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이것을 선택의 문제가 아닌 '선(善)'과 '악(惡)'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은 '소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를 불식시키는 것은 국민의 몫이기도 하지만 오너 경영인의 책임과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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