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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겨울 연어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고통이 없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중략) 이제 나는 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정호승 시인의 '연어'의 한 구절이다. 수많은 연어떼가 차디찬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그들의 강으로 돌아와 산란하며 장엄한 죽음을 맞는 장면은 항상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대자연의 섭리를 떠올리게 하는 '모천회귀(母川回歸)'의 본능을 좇아 생애 단 한 번의 대장정에 목숨을 걸다니 말이다.

연어는 어족 가운데 가장 강한 회귀성을 자랑한다. 알래스카·캄차카 등 북태평양 해역에 가 청춘기를 보낸 뒤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가을·겨울에 산란하고 일생을 마친다. 우리가 먹는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에서 수입되는데 연어 가운데 으뜸으로 꼽는 것은 무게만 18㎏를 넘는 치누크 연어다. 우리도 1890년대 두만강에서 연간 50만마리를 잡았다고 기록될 정도로 연어가 많이 잡히기도 했다.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중국 사신이 함경도와 강원도에 건어물 무역을 의뢰했다고 했으며 허균도 연어가 동해에서 잡히는데 알젓이야말로 좋은 안주라고 극찬했다. 연어에는 비타민D가 풍부해 겨울철이면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연어를 찾는 사람이 많다. 연어에 풍부하게 함유된 마그네슘은 겨울에 걸리기 쉬운 우울증을 없애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열량과 지방 함량이 낮고 무기질, 항산화 영양소, 섬유소 등이 풍부한 연어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는 셈이다.

연어가 지난해 새우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해산물에 올랐다고 한다. 서구인들이 초밥과 회를 즐겨 먹는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국내에서도 웰빙 바람을 타고 연어 판매량이 두 배 넘게 급증하고 음식점도 부쩍 많아졌다고 하니 가히 '연어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옴 직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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