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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연말정산 파동이 불러낸 변양호 신드롬



'13월의 울화통'으로 불렸던 연말정산 파문이 개정 세법 소급 적용으로 일단락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관료사회는 여전히 연말정산의 후폭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소신을 가지고 강단 있게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납작 엎드리는 게 일상이 됐다.

최근 사례는 신용카드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다. 정부는 표심 얻기에만 혈안이 된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무리하게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시장질서를 통째로 뒤흔들어버렸다.

세제정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A 업종에 대해 과세를 하려고 했지만 청와대에서 중간에 오케이 사인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낙 국민의 관심이 높은 업종이라 과세를 하면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처 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의견조율을 마친 정책도 여론에 역풍을 맞을 게 두려워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1년 전 최경환 전 부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여의도 정치권에 불려가 마치 죄인처럼 꾸지람을 들었던 연말정산 트라우마가 관료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연말정산 트라우마는 '변양호 신드롬'과 맞닿아있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실무 책임자였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헐값 매각' 혐의로 기소되자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 '열심히 일해봐야 결국 손해만 본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제 공직사회는 완전히 복지부동에 빠져 있다.

누구보다 가치 중립적으로 5,000만 전국민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관료들이 "연말정산 파동, 기자님도 보셨잖아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소극적으로 정책을 짤 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인기 영합주의에 편승한 정책은 결국 누군가의 희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변양호 신드롬'은 결국 공직자들의 소신만 꺾는 게 아니라 국민들까지 손해를 보는 부메랑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경제부=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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