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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잘사는 동북아 [세가지 이유] 못사는 동남아

농업, 봉건적 토지정책 개혁 농촌발전

수출 ,제조업 발달하며 대기업 등장

금융, 자국 의지대로 글로벌자본 통제

■ 아시아의 힘 (조 스터드웰 지음, 프롬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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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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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후 동아시아 고속성장

1997년 亞 금융위기 기점으로 북은 부국·남은 빈국으로 갈려

"상쾌할만큼 명확하다" 빌 게이츠가 극찬했던 추천서


2차 세계 대전 직후 동아시아는 모두 비슷하게 가난했다. 1962년 국민총소득(GNI)이 100~600달러 수준이었으니 말 다했다. 이후 최소 연 7% 성장을 내달리던 이들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2개의 그룹으로 갈린다. 북쪽은 빈약한 자원에다 정치적 혼란까지 겪었음에도 부국의 반열에 올랐고, 고속성장을 꾀하던 남쪽은 급속도로 빈국으로 전락했다. 한국·일본·중국·대만의 동북아시아와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의 동남아시아. 동아시아의 승자와 패자는 그렇게 나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지난해 강연과 서평을 통해 "상쾌할 만큼 명확하다"고 극찬하며 '올해의 책'으로 추천한 '아시아의 힘'(원제 How Asia Works·아시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이 국내에도 출간됐다.

책은 동아시아 각국에서 발생한 기적적인 경제성장 혹은 파국적인 경제위기를 비교하며 성장의 승패를 좌우한 요인을 분석한다.

저자가 동아시아를 탐방하고 각종 자료를 검토해 내린 '동북아시아 경제성장의 결정적 요인'은 3가지다. 바로 △토지개혁을 통한 농업 개발 △제조업 및 수출 촉진 △국가이익에 맞는 금융 등에 대한 국가적 정책.



동아시아의 첫 번째 분기(分岐)는 토지개혁에서 나왔다. 빈국이 풍부하게 지닌 한가지 요소는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농업 노동력이다. 그러나 대다수 빈국은 부유한 지주에게 특혜를 주고 다수 빈농은 그들을 위해 일하는 봉건적 토지정책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이런 정책이 엄청난 불평등을 초래하고 소출을 부실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한국과 일본, 대만의 경우 1940년대 말~1950년대 초 가구 기반 토지 재분배정책이 평화롭게 유지돼 전반적인 경제체제 전환을 촉발한 '농촌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졌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농업 부문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바람에 개발이 훨씬 어려워졌고 다른 정책적 실패가 뒤따랐다.

토지개혁을 통한 농업 개발은 국가의 제조업 육성에 필요한 잉여의 생산물과 저축을 창출한다. 이 시기가 바로 '제조업 및 수출 촉진'의 공식에 진입하는 단계다. 1945년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한국의 경우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며 가차 없이 수출 규율을 적용하고 부진한 기업을 도태시켰다. 그 결과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잡다한 기업 대신 제조업에 기반을 둔 삼성, 현대 같은 소수의 대기업이 만들어졌다.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말레이시아는 수출 지향 대신 외국 기업을 끌어들여 수출용 가공 공장을 짓게 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진 (성공한) 대기업이 없는 동남아 경제권은 다국적 기업에 의존한 채 저마진 부품을 만드는 하청업을 하게 됐다. 물론 '정부와 기업이 개발을 위한 효과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한국에 대해서도 "박정희가 휘두른 주먹 앞에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결혼"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마지막 금융 부문에선 '짧은 사슬'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국가가 자유시장의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글로벌 자본 흐름에 따른 충격과 여파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정책을 수립한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일본 한국 대만 중국에서 해외 자본은 개발이 진전될 때까지 정부의 통제를 받았다. 이들 정부는 수출 강화를 위해 제조기업이 융자를 받으려면 수출 주문 내역을 증명하도록 했고, 개발을 위해 예금금리는 시장금리보다 낮게 설정되기도 했다.

반면 동남아는 은행 규제를 바로 풀고 자본 통제를 폐지하라는 부국들의 조언을 따라 개발과는 멀어졌다.

3개의 핵심 요소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가지다. 빈국들은 거짓말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대외적으론 부국이 홍보하는 '자유시장' 경제학을 따르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부유해지기 위해 조용히 개입주의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의 맺음말 제목은 '거짓말 배우기'다. 2만 3,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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