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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소두증 공포까지… '설상가상' 브라질

최근 '신생아 소두증' 유발…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저유가·정치불안으로 경제 '최악'

리우올림픽 경기장 공사 지연 등 개최 200여일 앞두고 우려 커져


저유가 등으로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진 브라질에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공포까지 겹치면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채 200일도 남지 않은 브라질 전역에 비상이 걸린 상태로 경기장 공사까지 지연되면서 올림픽이 제대로 개최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현지언론에 따르면 최근 중남미 지역에서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브라질 보건부가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집트숲모기' 박멸을 위해 다음달 말까지 모든 가구를 방문 조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건부는 이달 말까지로 예정됐던 조사시행 시기를 다음달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보건부는 1월 초부터 지금까지 740만가구를 조사했으며 다음달 말까지 420만가구를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보건부는 "전국의 모든 가구를 찾아다니며 모기 서식지를 없앨 것"이라며 "방역요원과 군인들이 모기 박멸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북동부 페르남부쿠주 헤시피시를 방문해 "소두증 피해가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보건 당국의 예방조치를 따라달라고 말했다.

브라질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16일까지 3,893건의 소두증 의심사례가 보고됐다. 의심사례 가운데 소두증으로 확인된 것은 230건, 음성판정을 받은 것은 282건이며 나머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소두증 의심사례가 올해 1만6,000건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부는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과 직접적으로 연관됐다고 보고 있다. 임신 초기의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두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소두증 신생아는 성장하면서 걷기와 듣기·말하기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병과 치쿤구냐열병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뎅기와 치쿤구냐열병에 걸리면 잠복기를 거쳐 급성 발열과 두통·근육통·발진·관절통 등이 나타난다. 일정 기간 앓고 나면 대부분 완치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망자가 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최근 중남미를 넘어 미국 본토와 아시아에까지 상륙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 공포라는 악재 외에 이미 저유가와 정치적 불안 등으로 역대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 한해 동안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는 50% 급락했고 호세프 대통령이 브라질 최대 기업인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탄핵 위기까지 몰렸다. 브라질 고용시장도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22일 브라질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 일자리가 150만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노동부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92년 이래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경제위기에 200일도 남지 않은 리우올림픽의 정상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올릭픽위원회의 레오나르두 그리네르 사무총장은 리우시의 올림픽 인프라 공사 책임자에게 공문을 보내 "경기장 공사 지연으로 시범경기 일정은 물론 입장권 판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리우시 당국은 테니스경기장과 승마경기장 공사가 예정보다 늦어지자 해당 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하고 1,100만헤알(약 32억5,000만원)씩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테니스경기장은 지난해 9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공사는 90%가량만 진행된 상태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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