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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첫 관문인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1일(현지시간)부터 6개월에 걸친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번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남편인 빌 클린턴에 이어 부부 대통령 시대를 열지 관심사다. 또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위원과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킬지도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다.
◇1차 관문인 아이오와 주… 2차 관문은 '슈퍼 화요일'= 각 주별 미 대선 후보 경선 날짜는 갈수록 앞당겨지는 추세다. 후반에 경선이 열리는 주는 판도가 이미 드러나 광고 등 대선 특수를 누릴 수 없는 탓이다. 다만 양당이 1월에는 열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올해 첫 경선은 2월1일 아이오와 주에서 열린다.
아이오와 주는 부정확한 여론조사와 달리 밑바닥 민심이 첫 확인되는 무대로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1976년 민주당의 지미 카터 후보와 2008년 버락 오바마 후보도 당시 무명이었지만 아이오와 주 승리를 원동력으로 삼아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며 결국 백악관에 입성했다.
물론 1980년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후보, 1988년 민주당의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이 이 지역에서 1위를 하고도 최종 패배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최소 3위안에는 들어야 승리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아이오와 주를 비롯한 3~4개 주 선거전이 혼전으로 흐릴 경우 14개주 경선이 몰려있는 3월1일 '슈퍼 화요일'에는 대략 판세가 드러난다.
◇클린턴 대세론 VS 샌더스 역전극= 경선 초반 기세를 좌우하는 아이오와 주 지역에서 민주당 판세는 '시계 제로'다.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은 여론 조사 때마다 1·2위를 주고받고 있다. 2월9일 열리는 뉴햄프셔 주는 샌더스 의원이, 27일 개최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클린턴 전 장관이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만약 샌더스 의원이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에서 연승을 거둘 경우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세론'에 급제동이 걸리며 험로가 예상된다.
물론 민주당원 내 전국 지지도에서 15%포인트로 샌더스를 앞지르는 등 아직 클린턴 전 장관이 최종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아이오와 주에서 샌더스 돌풍이 확인될 경우 자금과 인력이 몰리며 대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2008년 아이오와 주에서 오바마 후보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중도 사퇴한 악몽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메일 스캔들' 시한폭탄 되나= 클린턴 전 장관은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인 '벵가지 사건', '고액 강연론' 논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성추문' 사건 재부각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국무장관 재직 시설에 개인 서버로 국가기밀을 주고받았다는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 파장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을 기소하라는 공화당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29일 미 국무부가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사설 이메일에 '1급비밀' 범주의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의회전문 매체인 '더 힐'에 따르면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만약 미 연방법원이 이 메일 내용을 공개하라는 보수 성향 인사들의 소송에 손을 들어줄 경우 클린턴 전 장관은 궁지로 몰릴 게 뻔하다. 일각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올 여름 기소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파죽지세의 트럼프 어디까지= 공화당에서는 히스패닉·여성 비하 발언 등 각종 막말에도 트럼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최근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공화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는 전국 지지율, 후보 지명 가능성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트럼프는 뉴햄프셔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도 2위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압도하고 있다. 또 트럼프는 '막말의 여왕'인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의 지지까지 얻으며 기세를 올리는 중이다.
다만 아이오와 주에서는 크루즈 의원이 맹추격 중인 것으로 나타나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크루즈 의원은 헤지펀드 억만장자 로버트 머서, 텍사스 천연가스 재벌인 윌크스 형제 등 '큰손'들의 지원을 받으며 지지율이 상승 중이다.
이밖에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과 한 때 지지율 1위였던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이 3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 군소후보들도 반전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공화당 주류, 트럼프 낙마 작전 성공하나= 당초 '치어리더'쯤으로 우습게 여겼던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화당 주류들은 '멘붕'에 빠졌다. 백인 보수층은 좋아하지만 반감을 가진 유권자도 많아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안 찾기도 한창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햄프셔 경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화당 지도부는 난립 중인 주류 측 후보에게 단일화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전 주지사 등 지지율이 떨어지는 후보를 자진 사퇴시키고 루비오 의원에게 트럼프 '대항마'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다. 내분이 수습되지 않으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구원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 진영의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심지어 대의원 과반 지지를 확보한 후보가 없을 때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제도인 '중재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를 통해 트럼프를 몰아내는 방안까지 심심찮게 거론된다. 하지만 트럼프가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공화당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뉴욕=최형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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