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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때려 숨지게 했는데 살인죄 아니라는 법원

세살 아들 살해 혐의 24세男 폭행치사 혐의만 인정 징역8년 선고

2000년 이후 아동학대 사망 22건중 살인죄 적용은 단 2건 그쳐

일각 "아동학대 근절 위해서라도 재판부 적극적 자세 필요" 지적

최근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지만 법원의 살인죄 인정이 여전히 까다로워 국민들의 법 감정과 실제 법 적용의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라도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판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정용달 부장판사)는 16일 살인과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24)씨의 파기환송심에서 폭행치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핵심 죄로 주장했던 살인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정씨는 지난 2014년 3월 PC방에 가려고 26개월 된 아들을 재우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자 아이의 명치를 내려치고 코와 입을 막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명치를 내리친 사실은 인정했지만 코와 입은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죄를 인정해 15년을 내렸지만 항소심은 살인 혐의를 무죄로 봤다. 이후 대법원은 적어도 폭행치사가 될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했다. 이번 판결은 이에 대한 파기환송심이다.

검찰은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공소내용 가운데 사망의 직접 원인과 관련해 '입과 코를 막았다'고 주장하는 대신 '명치 부분을 3회 내리쳐 사망하게 했다'로 바꿨다. 피의자가 부인하는 사실을 살인의 근거로 드는 대신 인정하는 폭행 사실을 들어 살인을 입증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은 △특별한 외상이 없고 △명치 부위 충격으로 죽을 가능성이 낮다는 부검의 진술 △인공호흡 등을 실시했다는 정씨 진술 등을 들어 살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구고법 관계자는 "이 사건은 사망 원인과 방법이 정확히 입증되지 않았던 사건"이라며 "살인의 고의 역시 정황증거상 명확하지 않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아동학대 사건에서 살인죄가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법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부모로 인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22건 가운데 살인죄로 형이 확정된 경우는 단 2건에 그쳤다.



법원이 엄격한 살인죄 입증을 요구하면서 검찰의 역할은 그만큼 무거워졌다.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더라도 법원 유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살인의 방법과 사인뿐 아니라 고의성 여부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검찰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최근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폭행치사 등보다 형벌이 무거운 살인죄를 적용하고 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초등학생 아들을 실신할 정도로 때려 며칠 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11개월간 미라 상태로 집에 방치한 목사 부부의 경우도 최초 아동학대치사죄에서 추가 조사 이후 살인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대법원 양형 기준상 폭행치사는 2~4년, 아동학대치사는 4~7년이 기본이지만 살인은 10~16년에 달한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수사기관이 우선 역할을 해야 하지만 재판부도 아동학대 사건에서 진실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법원이 공익의 대변자라는 인식을 갖고 재판에 임할 때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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