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통계청의 ‘2015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고령산모 비중은 1년 전보다 2.2%포인트 증가한 23.8%로 집계됐다. 전체 산모 가운데 4명 중 1명이 35세 이상 ‘늦깎이 엄마라’는 설명이다. 10년 전인 2005년 10.6%에 불과했던 고령산모 비중은 2013년 20.2%로 껑충 뛰었고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령산모 비중이 늘어나는 이유는 청년 일자리 구득난에 따라 사회 진출연령이 높아진데다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전셋값, 결혼비용 마련 부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구직에서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시기가 늦춰진 탓에 만혼 현상은 점점 우리 주변에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2014년 기준 초혼 연령은 남자의 경우 32.4세, 여자는 29.8세다. 지난해 기준 모(母)의 평균 출산연령은 32.23세로 1년 전보다 0.19세 상승했다. ‘유리 천장’을 뚫기 위해 결혼 이후에도 일정 기간 임신을 미루고 커리어 쌓기에 나서는 여성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출산연령이 높아지면 특별히 건강상 문제가 없는 여성이라도 불임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초혼 연령을 낮추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청문회 과정에서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 만혼인데 주거와 교육 부담이 원인이라고 보고 해결책을 많이 내야 한다”며 “인구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당장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5세)가 줄어드는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에 맞닥뜨리게 된다. 현재 인구 추세대로면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704만명을 정점으로 2020년 3,656만명, 2030년 3,289만명, 2050년엔 현재보다 1,000만명 이상 적은 2,535만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저출산의 충격파로 당장 2020년 잠재성장률이 2%로 2030년에는 1%대로 반 토막 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저출산 문제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과도 같지만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1.24명)은 여전히 ‘초저출산’의 기준점인 1.30명을 밑돌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4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8 인구절벽이 온다’라는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발간해 인구 급감에 따른 ‘대공황’을 경고한 해리 덴트(Harry Dent)도 한국에 대해 “저출산율을 이른 시일 내에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더 많은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은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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