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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그룹 측은 '백의종군'이라는 표현을 썼다. 현대상선의 상장을 유지하고 채권단의 원활한 자금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현 회장의 결단이라는 평가와 함께 구조조정을 위해 채권단이 퇴진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현대상선은 3일 이사회를 열고 현 회장과 김명철 상무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는 대신 김정범 전무와 김충현 상무를 새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와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도 의결했다. 이 안건들은 오는 18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현 회장이 현대상선의 공식 직함을 모두 내놓은 것은 현대상선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는 동시에 채권단의 지원이 보다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마련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이 보다 중립적인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현 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것과 관계없이 앞서 300억원의 사재 출연을 한 것처럼 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현대상선의 감자는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자본잠식률 50% 이상 상태가 2년 연속 이어질 경우 상장폐지 요건이 되므로 이에 앞서 감자를 통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상선의 자본총계는 4,778억원, 자본금은 1조1,825억원으로 자본총계 대비 자본금 비율은 40.4%다. 이달 말까지 자본잠식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현대그룹은 또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 신임 대표에 장병우(70) 전 LG-오티스엘리베이터 사장을 내정했다. 장 내정자는 현재 이 회사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장 내정자는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금성사(현 LG전자) 해외영업관리담당(상무), LG산전 빌딩설비사업본부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현 회장과의 원활한 호흡을 위해 장 내정자를 앉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진혁·이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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