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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예술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선순환 생태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예술 산업 육성을 위한 예술 유통 활성화에 초점공연예술 시장 ‘서울아트마켓’의 지속 발전도 모색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한국 예술 산업을 육성·진흥하는 중심 기관’을 비전으로 삼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특히 예술 작품의 유통을 활성화함으로써 예술의 창작-유통-소비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김선영 대표를 만나 그간의 성과와 향후 사업 목표 등을 들어봤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 2006년 1월 첫걸음을 뗐다. 올해는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발족 계기는 ‘서울아트마켓(PAMS ·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 2005년 처음 개최된 서울아트마켓은 한국 공연예술 작품들의 유통 및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공연예술 시장이다. 매년 10월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 서울의 주요 공연시설에서 한시적으로 열리는 비상설 시장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05년 제1회 서울아트마켓을 주관했던 운영사무국과 ‘전문예술법인단체 평가센터’라는 기관의 사업을 발전적으로 통합 · 재편하면서 처음 골격을 갖췄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출범 당시 ‘예술 현장의 자생력 제고’를 핵심 사명으로 내걸었다. 예술단체의 경쟁력 강화와 예술작품 유통 활성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내 예술계가 스스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10년간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국내 예술단체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뿌리를 내렸다. 특히 서울아트마켓을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공연예술 시장으로 발돋움시킨 것은 가장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서울아트마켓 참가자는 2006년 6개국 1,600여명에서 2015년 54개국 2,500여명으로 늘어나 명실상부한 국제 예술시장의 면모를 갖췄다.


창립 후 10년간 예술현장 자생력 제고에 총력
김선영 대표는 말한다. “국내 예술시장은 좁기 때문에 예술단체들의 선순환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인식하에 시작한 사업이 서울아트마켓입니다. 서울아트마켓은 국내 공연예술 분야의 대표적인 단체들을 뽑아 쇼케이스를 열고 외국의 공연 관계자들에게 ‘우리에게 이런 작품들이 있으니 사가세요’ 하며 선보이는 무대입니다. 서울아트마켓은 해외 공연예술계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트마켓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외국에 나가 서울아트마켓에서 왔다고 말하면 다들 알아줄 정도예요.”

지금까지 서울아트마켓에서 쇼케이스를 연 작품, 이른바 ‘팸스 초이스(PAMS Choice)’는 총 163개에 달한다. 나아가 실제 공연 계약을 맺고 외국에서 관객들에게 실력을 뽐낸 공연 횟수도 총 878건에 이른다.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쇼케이스를 선보인 예술단체 중에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사례도 생겨났다.

통념을 깨는 파격적인 춤으로 유명한 현대무용가 안은미 씨가 운영하는 무용단 ‘안은미 컴퍼니’, 국악과 현대음악을 접목한 혁신적인 퓨전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밴드 ‘잠비나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안은미 컴퍼니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가을축제’에 초대된 데 이어 올해는 프랑스 전역에 걸친 투어와 브라질 공연도 예정돼 있다. 또한 잠비나이 역시 올해 국제 음악페스티벌 초대 공연을 포함해 월드투어를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잠비나이는 영국의 유명 음반사인 ‘벨라 유니언(Bella Union)’과 계약을 맺고 올해 자신들의 앨범을 전 세계에 동시 발매할 계획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예술 분야도 드라마, 가요 등의 대중문화 상품처럼 ‘한류’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을까. 김선영 대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 한국 예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 합니다. 서구사회에서도 새로움에 갈증을 느낀 이들이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한국 예술도 주목을 받는 대상 중 하나죠. 안은미 컴퍼니, 잠비나이 등 국내 일부 예술단체들은 해외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대중문화 분야의 한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술 한류’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예술을 상징할 수 있는 ‘대표선수’를 키워내는 것이 과제이죠.”

김선영 대표는 서울아트마켓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려는 계획도 밝혔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진취적 변화를 꾸준히 시도해나가겠다는 의지다. 그는 말한다. “서울아트마켓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뭔가 환골탈태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진정 아시아를 대표하는 예술시장으로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나라 작품을 중심으로 하되, 아시아 국가들의 우수한 공연예술 콘텐츠를 유통하는 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주요 문화 강국들이 넘보지 못하는 확고한 위상을 굳힐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부터는 서울아트마켓의 외국 작품 쇼케이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예술 분야도 ‘한류’ 붐 일으킬 스타 키워야
김선영 대표의 서울아트마켓 발전 구상은 더욱 혁신적인 지점까지 닿아 있다. 단지 작품만 거래되는 시장이 아니라 작품 창작과 공연에 투입되는 기술과 노하우, 인력까지 거래되는 종합적인 공연예술 시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아이디어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작품만 거래하는 시장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예술의 부가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요즘 ‘융복합 공연(다양한 장르와 기술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예술)’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IT 기반 기술 등도 많이 활용됩니다.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받기도 했던 ‘마담 프리덤’ 같은 작품은 정말 멋있는 융복합 공연입니다. 이처럼 우수한 작품의 공연 노하우가 유통되는 시장을 만들자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런 형태의 예술시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또 다른 한 축인 예술경영 컨설팅 사업도 그간 많은 실적을 쌓아왔다. 2006년 사업 시작 당시만 해도 67건에 그쳤던 컨설팅 건수가 2015년에는 1,200여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예술단체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임 컨설턴트도 2006년 2개 분야 5명에서 2015년 11개 분야 26명으로 크게 확대됐다.

예술단체들이 상담을 의뢰하는 분야는 경영 및 법률 문제가 전체의 절반을 웃돈다고 한다. 세부적인 항목으로는 공연 계약, 단체 설립, 회계, 세무, 수익구조 등이 주된 고민거리들이다. 이들에게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존재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컨설팅 만족도가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예술단체 경영 전문화와 종사자 역량 강화를 위해 펼치는 사업은 컨설팅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예술경영아카데미, 국제문화교류아카데미, 시각예술 분야 글로벌 기획인력 양성 등이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예술경영아카데미는 문화예술 분야의 직군별 실무 역량, 리더십, 자기계발 능력 향상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 제작, 홍보, 마케팅, 경영 등 교육 대상자의 업무 특성에 맞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국제문화교류아카데미는 민간 영역에서 국제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또 시각예술 분야 글로벌 기획인력 양성 사업은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 확대와 국제교류 증진을 위해 시각예술계 기획자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술단체 경쟁력 강화의 동반자 자리매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시장 정보의 생산과 활용을 강화하기 위해 공연예술 및 미술시장 실태조사 사업도 펼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도 가동한다. 공연예술 및 미술품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두 가지 시스템은 예술시장 활성화에 적잖이 기여할 것이라는 게 김선영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크게 성장한 데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의 역할도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영화 흥행수입 정보가 집계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매출구조도 투명해지니까 영화산업 투자가 증대됐다는 거죠. 이와 마찬가지로 공연예술통합전산망도 앞으로 공연예술 시장 발전에 도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또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 역시 미술품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5년 취임한 김선영 대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사업 지평을 넓히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무용, 연극, 음악 등 공연예술 분야만 주로 지원했지만, 지난해부터 시각예술 분야 지원 사업도 닻을 올렸다. 또한 앞으로는 융복합 공연, 뮤지컬, 클래식 분야 등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처음 시도된 ‘작가미술장터’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작가나 신진 작가들이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미술품의 주된 유통 경로가 화랑이나 경매시장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는 유명세가 있는 작가들의 값비싼 작품들만 주로 거래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런 터에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개설한 작가미술장터는 무명의 설움을 받고 있는 작가들에게 가뭄에 단비처럼 활로를 열어준 셈이다. 아울러 일반인들도 평균 100만 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에 미술품을 구매해 감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다시 말해 미술품 시장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해 작가미술장터에서는 2,600여명의 작가와 20만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가운데 총 3,800여점의 작품이 거래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핵심 사명은 ‘예술 산업화를 통한 예술 생태계 구축’으로 설정됐다. 구체적인 전략 목표 중에서 으뜸은 ‘예술 산업 기반 구축’이다.

“저희는 생산(창작)-유통-소비(향유)로 이어지는 예술 생태계에서 주로 유통 활성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예술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는 겁니다. 물론 예술이 돈을 버는 거냐, 혹은 예술로 돈을 벌 수 있느냐 하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술가들이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예술이 발전하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예술 산업 육성을 하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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