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기존 다운로드 방식의 뮤직 서비스인 아이튠스의 수익 감소를 보강하기 위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비츠를 인수한 뒤 지난해 유료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을 출시했습니다. 자신들이 할 수도 있지만 기술력 있는 작은 업체를 인수하는 게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죠.”
김태근 더벤처스 부사장은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모델을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신사업부문 발굴과 조직 시스템의 혁신을 필요로 하는 대기업들은 많은데 규모가 크고 전문 인력이 없다 보니 변화가 일어나지 못하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만다”며 “올해 더벤처스는 새로운 스타트업 발굴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변화 방향도 컨설팅하고 적절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양육하는 더벤처스는 이제 설립 3년차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사업 방향은 김 부사장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 김 부사장은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콘텐츠 전문가로 일했었다. 누구보다 기업 내부 사정에 밝을 수 밖에 없다. 그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리 잡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창업 초기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큐베이팅(양육) 지원이 많아졌지만 이미 자리 잡은 기업들도 컨설팅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 기술의 변화가 생활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상황에 제품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방식이 지금처럼 유지되지 않을 거라는 걸 기업들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유전자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하나의 서비스를 론칭하기까지 준비해 놓은 것을 엎는 일이 많은데 규모가 큰 기업들은 리스크를 부담하기 쉽지 않다. 또 기업의 팀장급이 최신 산업의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도 어렵다. 김 부사장은 “예를 들어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이 뜨고 있어도 기업의 팀장급이 그 내용을 전문적으로 알기는 힘들다”며 “기술력을 지닌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대기업 신사업부문 관계자가 만나도 일이 잘 성사되지 않는 건 서로의 일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간에서 그들 사이를 연결해주며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미국 대기업들은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스타트업과 함께 회사를 설립해 일을 맡기거나 인수합병(M&A)하는 일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국내 스타트업들이 줄곧 네이버나 카카오 등 벤처 기업에서 성장한 곳으로만 엑시트(투자회수)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더벤처스는 국내 재계 5위 안에 드는 기업과 신사업부문 컨설팅을 진행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초기 기업 투자 발굴에도 계속 힘 쓸 예정이다. 이달 초 카카오가 주차 예약 O2O 서비스인 ‘파크히어’의 운영사 파킹스퀘어를 인수하면서 더벤처스는 ‘셀잇’에 이어 두번째 엑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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