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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시장 '봄바람'> 부유층 지갑 열자 서민들도 돈 써…백화점·대형마트 고객 북적

봄 이사철·결혼시즌 맞아

리빙·가전·침구 등 수요 커져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지난달 매출 2~3% 신장

유통가 마케팅 대폭 강화

기업 체감경기 호전도 한몫

백화점 봄 정기세일이 일제히 시작된 31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매장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송은석기자




31일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 평일 오전인데도 매장에는 손님들이 제법 북적였다. 명동 고객의 주축인 유커뿐 아니라 쇼핑에 나선 내국인들도 상당했다. 40대 주부인 김은영씨는 “날이 풀려 봄옷을 사려 했는데 마침 오늘부터 세일이라 방문했다”며 “전보다 할인행사도 자주 하고 식품관이나 즐길 거리도 많아져 백화점에 들르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소비시장에 봄기운이 돌고 있다. 소비자심리와 기업의 체감경기가 수개월 만에 호전됐고 실제로 백화점이나 온라인쇼핑몰에 손님이 몰리며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아직 내수경기가 살아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전년에 비해 지갑을 여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게 대다수 판매 현장의 목소리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매출은 3월 들어 29일까지 2~3% 신장했다. 지난 1~2월의 4~5%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4분기 신장률이 0%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변화다. 불경기에 따른 기저효과에 각종 소비제품의 교체 시기가 도래하면서 소비자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에 이어 기업 체감경기도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제조업 체감경기를 지수화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3월 68을 기록해 전월 대비 5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4월 업황전망 BSI도 70으로 4포인트 상승했다.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현재의 소비 흐름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적 요인에서 시작돼 이사, 웨딩, 봄 패션 등으로 서서히 퍼지는 모습이다. 소비 회복의 일등공신인 백화점의 경우 이사철과 웨딩 시즌을 앞두고 리빙·가전·침구 등이 전체 신장세를 이끌고 있다. 광교·동탄·세종 등 신규 입주 단지에서 홈패션과 가구 등의 수요가 커졌고 삼성·LG 등 가전 업체들이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매출 선증대 효과가 더해졌다. 1~3월 현대백화점에서는 가전 15.7%, 침대 15.1% 등 이사·신규 분양 수요를 반영한 가전·리빙 제품 매출이 껑충 뛰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가전 매출도 1~2월 17.5%, 3월 5.7% 올랐다. AK플라자는 신규 입주 효과가 더해진 평택점 매출이 올 들어 3월27일까지 13% 신장했다.



특히 고소득층의 지갑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일반인에까지 파급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상위 1% 고객의 매출 신장률은 1~2월 11.5%, 3월 7.1%로 전체 평균치를 압도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의 3월 신장률이 4.8%로 전체 신장률보다 2배가량 높았다. 매출 신장세 역시 고가 수입 제품군에서 두드러졌다. 1~3월 현대백화점의 최고 신장률 품목은 수입 시계류(42.1%)였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시계·보석류 매출이 1~2월 17.1%, 3월 15.7% 급증하며 백화점 성장세를 주도했다.

고소득층에 이어 대중 소비가 뒤따르는 모습도 엿보인다. 올 들어 백화점에서는 때늦은 추위로 1~2월 패션 매출이 급증했고 3월 중순 이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봄 의류 판매가 본격화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3월 들어 29일까지 여성 컨템퍼러리 패션은 10%, 해외 패션은 9% 늘었다. 또 화장품 8%, 아동 8%, 패션잡화 6%, 스포츠 4%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주요 패션잡화군 대부분이 고르게 신장한 셈이다.

백화점에서 시작된 훈풍은 대형마트·온라인몰로 조금씩 옮겨붙는 분위기다. 이마트는 1~2월 매출이 5.7%, 29일까지 3월 매출이 2.2% 늘었다. 같은 기간 가정간편식이 5.7% 증가했고 최저가 경쟁으로 관심이 커진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매출도 각각 2.2%, 2.8% 신장했다. 롯데마트 1~3월 누계 매출도 2.1% 상승했다. 소셜커머스인 티몬도 올 들어 매출이 10%가량 늘어났다.

이 같은 소비심리 개선에는 유통업계가 마케팅 강화를 통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낸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은 식음료 부문을 강화하고 브랜드 경계를 허문 편집숍 매장을 대거 선보이는 등 체험형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2월 중순 ‘월리를 찾아라’ 등 가족 단위 체험형 행사를 진행한 후 방문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어났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연초 금융 시장을 덮쳤던 불안감이 진정되면서 개인이나 기업 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봄세일이 시작된데다 총선 특수도 있어 4월 소비심리 또한 괜찮아 보인다”고 전했다. /김희원·윤경환·김상훈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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