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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유치원 꼭 돼야 해요" 부적 빨간 양말 신고 추첨도

성동구 경동유치원 추첨장 가보니

공립유치원 관문 통과
서울 지역 공립유치원 신입생 추첨이 이뤄진 2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유치원에서 학부모가 추첨에 붙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명 뽑는데 146명 몰려 '12대1'… 남편은 다른 유치원서 상황 생중계
대기자 선정돼도 희망고문일 뿐

서울 공립 수용인원 17%에 불과… 학부모 피 말리는 상황 되풀이
서울·대도시 지역 중심 확충 시급


"15번 축하합니다" "와~"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공립유치원인 경동유치원 2층 강당. 월드컵 조 추첨 현장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호명된 학부모가 손을 번쩍 들자 주위에 있던 나머지 학부모들은 부러운 듯 연신 '와~'하는 탄식을 뱉었다. 서울 전역의 국공립 유치원에서 신입생 추첨이 진행된 이날 경쟁률이 세기로 유명한 경동유치원에 예비원생 부모들과 친인척 등 350명이 몰려 가슴을 졸이며 추첨과정을 지켜봤다.



성동구 성수동에서 유일한 단설 공립 유치원인 경동유치원은 만 3세 12명 정원을 뽑기로 돼 있는데 146명이나 몰렸다. 경쟁률은 12대1. 웬만한 추첨경쟁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다.

오후3시 김미숙 원장의 손에 뽑힌 첫 공의 번호가 발표되자 강당 안은 술렁거렸다. 첫 합격의 행운을 거머쥔 학부모는 본인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 뒤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몰랐다. "부럽다" "웬일이야" "저 엄마랑 악수하면 우리 애도 붙으려나"라며 사방에서 부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세 번째로 첫째(만 5세), 둘째(만 3세) 아이가 지원한 박민정씨는 "지난해에는 92번이었는데 앞뒤 번호가 다 됐는데 우리 애만 떨어졌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하루 휴가를 낸 박씨의 남편은 다른 유치원 추첨현장에서 시시각각으로 서로의 상황을 생중계했다. 추첨이 진행될수록 학부모들의 표정은 울상이 됐다. 확률이 그만큼 떨어져서다. 마지막 2개의 자리만 남게 되자 강당 분위기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마지막 합격자 번호가 불리자 나머지 학부모들은 낙담했다. 올해로 세 번째 지원했으나 탈락했다는 학부모 이모씨는 "희망고문이 따로 없다"고 토로했다. 합격에 좋다는 속설에 아이에게 빨간 머리띠와 빨간 양말을 입혀온 학부모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대기자 20명의 순서를 뽑았지만 학부모들은 씁쓸해했다. 한 학부모는 "국공립 유치원이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한 해가 지나도 1∼2명의 자리가 나올까 말까 하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씨는 함께 떨어진 다른 학부모에게 남자친구한테 차인 것보다 씁쓸한 기분이라고 애써 농담을 했다.

지난해 떨어져 만 2세, 4세 아이를 집에서 1년간 돌봤다는 문모씨는 "사립유치원을 보내려고 해도 안전문제나 급식위생까지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정영호씨는 "이 지역에 아이 키우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수요는 많은데 마땅히 보낼 유치원은 2∼3곳밖에 없다"며 "빨리 국공립 유치원이 많이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현재 서울 내에 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 수는 16.5%에 불과하다. 최효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서울 및 경기 남부 지역, 인천 등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원 확충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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