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세계가 직면하게 될 중대한 문제는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경제, 문화, 사회, 정치 모든 분야의 지식을 동원해도 답을 얻기 쉽지 않다.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질문에 답을 주기 위해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50년 문명연구의 결과물을 책 한 권에 담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인류 희망 지도’다. 단순히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문제에 대한 해법까지 제시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먼저 인류가 가장 궁금해하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겨울이 길고 여름은 상대적으로 짧아 1년에 한 번밖에 수확을 못한다. 값비싼 광물도 매장돼 있지 않다. 땅은 해수면보다 낮고 평평해서 댐을 쌓아 수력발전을 하지도 못한다. 네덜란드를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다.
반대로 잠비아는 광물이 무척 풍부하며, 기후는 따뜻해 1년에 여러 번 수확할 수 있다. 또한 아프리카의 다른 많은 국가들과 달리 민주국가이며, 내란을 겪은 적도 없다. 두 국가 중 어느 나라가 더 경제적으로 잘 나갈까. 조건이 좋아 보이는 잠비아가 아니라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잠비아보다 국가 소득이 100배 가까이 높다.
왜 그럴까. 다이아몬드는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이 한 국가의 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지리적 요인 중 하나는 위도다. 대체로 온대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열대지역 국가들보다 부유한 편이라고 설명한다. 열대 지방은 토양의 비옥도가 낮아 농업 생산성이 낮고, 동식물종이 풍부한 반면 질병을 일으키는 종이 많아 공중 보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제도다.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그렇지 못한 국가에 비해 부유한 편이다.
다이아몬드가 제시한 두 국가를 다시 생각해보면 지리적 요인에서는 네덜란드가 잠비아에 비해 조건이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국가라는 점에서 두 국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지리적 요인도 뛰어나고 제도도 비슷한 잠비아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결과는 그 반대다. 다이아몬드는 단순히 좋은 제도를 가진 국가가 부유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존 학자들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국가의 성장을 촉진하는 제도를 더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네덜란드는 2,000년 전부터 문자를 사용했지만, 잠비아는 130년 전에야 문자가 도입됐다. 네덜란드는 독립된 중앙정부가 500년 동안 존재했지만, 잠비아에는 40년 전에야 중앙정부라는 것이 생겼다.
이처럼 한 부국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제도뿐 아니라 제도를 사회에 녹여낼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이 필요하다.
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중요하긴 하지만, 문제점을 진단하고 분석해 맞춤식 노력을 하면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열대 지방에 속한 국가인 대만과 홍콩, 모리셔스, 말레이시아, 싱가폴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 저자는 기후변화, 불평등, 인간에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환경자원의 관리를 세계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문제로 꼽으며 인류 공존의 길을 제시한다. 1만3,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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