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서 쓰는 화장실용 휴지는 1901년 스위스의 종이 제조업체에서 발명했는데 그날은 스위스 정부가 이탈리아 왕을 암살한 것으로 의심되는 어떤 무정부주의자를 이탈리아 정부에 넘겨준 날과 같은 날이었고 신문에서는 화장실용 휴지가 소박하지만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보도했다." (24쪽)
이 한 문장만 보더라도 20세기는 눈부신 과학발전 아래 삶의 양식을 바꾼 획기적 발명품들이 탄생했고, 1·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세기답게 다양한 권력집단의 갈등이 첨예했던 시기였다. 책은 '짧게 쓴 20세기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20세기 유럽 역사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정신없이 나열하고 있다.
목차도 서문도 없이 다짜고짜 "1944년 노르망디에서 전사한 미국인들은 평균 신장 173센티미터의 건장한 체격이라…"로 시작하는 책은 박학다식한 저자가 세심하게 확인한 사실에 근거하여 기술했기에 얼핏 역사서라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흥미진진한 이유는 유대인 인종학살을 이야기 하다 영성과 불멸성으로, 이어 불임시술과 사생아로 넘나드는 자유로우면서도 이지적인 전개방식 때문이다.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분명 소설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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