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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요동치는 오피스 시장] "임차인 모셔라" 인테리어·이사비는 기본, 1년 임대료도 선뜻

서울 도심오피스 공실률

3분기 15.7%까지 늘어 통상 6개월 렌트프리에

수년째 관리비 동결도

임차인 확보 못하면 건물 매각 무산 다반사

'임대료까지 할인'1
임대료 깎아 드려요, 11일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모 빌딩 외벽에 임대료 20% 인하 문구가 적혀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울 강남대로 주변의 경우 빌딩 5개 층마다 1개 층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상태다. /송은석기자


# 최근 서울 광화문 '에스타워'에 입주해 있는 주한 유럽연합 유럽위원회 대표부가 이전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도심(CBD) 일대 오피스 임대차 시장이 출렁인 바 있다. 당시 광화문·을지로·서울역 등 CBD 일대 20여개의 빌딩이 유럽위원회 대표부에 임대 제안서를 내는 등 임차인 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 일대 한 빌딩 자산관리(PM) 담당자는 "6개월 렌트프리에 이사와 인테리어 비용까지 지원하겠다는 경우가 보통이고 심지어 12개월치 임대료를 현금으로 주겠다고 한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오피스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한 단면이다. 임대수요가 계속 줄어들면서 공실률이 올라가다 보니 단 한 명의 임차인이라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오피스 공실률 수준이 앞으로도 지속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임차인 확보 전쟁…과거 상상도 못할 조건 쏟아져=유럽위원회 대표부의 사례는 서울 오피스 임대 시장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서울 주요 권역 내 오피스 빌딩들이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혜택까지 제안하며 임차인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공급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오피스 임대 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빌스코리아의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3·4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시장의 평균 공실률은 14.1%다. 6년 전인 2009년 3·4분기 공실률이 4.1%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 하면 세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대형 오피스 공급이 많았던 도심의 공실률은 15.7%에 달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 임차인 우위 시장으로 급격하게 변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지면서 임차인을 대하는 빌딩주들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다. 임대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대차 시장이 워낙 어렵다 보니 빌딩을 소유한 자산운용사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 입주를 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통상 3개월 정도였던 렌트프리도 6개월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도심 내에서도 공실률 문제가 심각한 서울역 인근의 '서울스퀘어'가 6개월 렌트프리를 처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일반화된 현상이다. 또 광화문에 위치한 A빌딩은 3년째 관리비를 올리지 않고 있다. 기존 임차인을 붙잡아두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임차인 우위 시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형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저성장과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오피스 시장의 수요를 받쳐주던 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오피스 공실률 수준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피스 거래도 영향…임차인 확보 여부가 성사 관건=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임차인 확보 여부는 오피스 거래 시장에도 핫이슈다.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피스 가격이 높다고는 하지만 결국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해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다동에 위치한 씨티은행 사옥의 경우도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마스턴자산운용이 임차인으로 유치하려고 했던 'SK건설'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스턴 관계자는 "당초 SK건설과 임차 계약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SK D&D가 수송타워를 사들이는 바람에 SK건설의 선택지가 늘어났다"며 "현재 SK건설은 수송타워 입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역에 위치한 나라빌딩, 서울역에 위치한 STX남산타워의 경우도 임차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거래가 무산된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해 거래가 깨지는 경우가 늘다 보니 최근에는 오피스 실수요자를 포함시킨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하나자산운용이 사들인 '그레이스타워'가 있다. 그레이스타워는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당시 공실률이 60~70%에 달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이 전체 매입 금액 중 절반 정도를 투자하고 '하나자산신탁·하나캐피탈' 등 계열사들이 전체 빌딩의 60% 정도를 임차하기로 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매수자를 찾았다.

캐피탈타워의 경우도 비슷하다. 캐피탈타워는 현재 한국토지신탁의 계열사인 코레이트투자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으며 한토신은 캐피탈타워의 15% 정도를 사옥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후순위로 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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