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단적인 사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건설 도면 등에 VR 기술을 적용해 건물이 완공된 듯한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디스플레이에 영상 정보를 송출하는 게 아니라 빔프로젝터로 직접 허공에 영상을 쏴 3차원의 이미지를 현실에 구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건기연 관계자는 “VR 기기 등은 바로 앞 시야만 볼 수 있다면 이곳에서 구현한 기술은 실제로 움직여보고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VR를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보다 실험적인 시도가 이미 20여년 전에 국내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1990년대에 이미 ‘가상현실연극’이 시연됐던 것이다. 당시의 VR는 디스플레이에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이 아니라 컴퓨터로 연극을 제작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양식의 예술적 실험이었다. 200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3차원 특수안경을 착용하고 객석 의자에 장착된 조작키를 이용해 연극을 디지털로 보는 VR 공연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국내에서는 ‘가상현실 예술’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VR는 보다 실용적인 분야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응용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기업소개 및 지역관광 안내 사이트에도 VR를 다소 적용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면 특정 공간을 현장에서 보듯 360도로 둘러볼 수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미 VR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 열풍이 불고 있다. 다만 그 몰입도가 지나쳐 자칫 이용자들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는 추세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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