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금융권 협약채권에 대해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50~60%를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부의한다. 채권단은 지난 4일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채무재조정 안건을 결정했다.
출자전환 대상은 현대상선 협약채권 1조4,000억원이다. 이중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 8,000억원에 대해서는 50%인 4,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은행 여신 등 6,000억원에 대해서는 60%인 3,600억원을 출자전환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전체 출자전환액은 약 7,600억원이지만 은행 여신 6,000억원 중 1,000억원이 담보채권으로 출자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고려하면 7,000억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다음주 초 채권단 전체에 안건을 서면부의하면 각 채권금융기관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일주일 뒤 결의한다. 채권단이 100% 동의하면 안건은 통과된다.
채권단이 출자전환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든 것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은 해외 선주 1~2곳의 동의만 얻으면 마무리될 정도로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당초 12일에 안건을 부의할 계획이었으나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소 늦췄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곧 마무리된다는 전제 하에 채무재조정안을 정한 것”이라며 “용선료 협상도 이달 중하순에는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삼고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또 31일과 6월1일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모든 공모사채권자를 대상으로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회사채 8,043억원의 채무재조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7일 1차 사채권자 집회에서 1,200억원 규모 공모사채 만기연장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1차 사채권자 집회는 실패했지만 2차 집회는 용선료 협상과 출자전환 등이 마무리된 다음이기 때문에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