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씨는 반 학생들에게 종이를 나눠주며 “A에게 단돈 100원이라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사실이 있으면 모두 적어내라”고 했다. 한 학생이 700원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고 하자 같은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나쁜 짓을 했으니까 한 달 동안 반성기간”이라고 말했다. A양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시끄러! 네 짓이 분명하다. 네 말은 듣기 싫어. 지금부터 책상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말라”고 하고 교실 제일 뒷자리에 혼자 2∼3주 동안 앉게 했다.
남씨는 한 학부모에게 “자녀를 A와 놀지 못하게 하라”고 전화하는가 하면, 학생 20명에게 “(A를)투명인간 취급해라”고 말했다. A양에게는 “투명인간 취급받으니 어때? 무시당하는 기분이 어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A양이 반 친구들에게 보낸 손편지를 회수해 A양이 직접 찢도록 했다.
1심과 2심, 대법원은 모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정서적 학대행위”라며 남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의 유죄(아동복지법 위반)를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평소 감정에서 비롯된 행위로 보일 뿐 어떠한 훈육이나 훈계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선생은 영원한 영향력을 안겨주는 사람이다. 그 자신도 그의 영향력이 어디쯤 가서 멈출 것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교육학자 헨리 아담스의 말을 인용해 피의자를 꾸짖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도 이런 판단이 옳다고 보고 남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현재 남 씨는 직위해제 상태로 부산시 교육청은 남 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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