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운송 차질 오나"...정유·물류사 '현대상선 불똥' 비상

법정관리 여부 예의주시

2315A04 현대산성 1분기 사업부별 매출 비중 수정1




현대상선의 용선료(선박 임차료) 인하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 회사와 장기 운송 계약을 맺은 S-OIL 등 대형 정유사와 물류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용선료 협상이 끝내 불발돼 현대상선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넘어갈 경우 이들 화주(貨主) 기업들의 원재료 운송은 물론 경영 전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원재료 수급 차질로 철강사 등 제조업체들의 제작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당초 지난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해외 선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단체 협상 타결에 실패한 뒤 개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재계는 현대상선의 사채권자집회가 예정된 오는 31일까지 용선료 인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법정관리 개시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S-OIL, 현대글로비스, 필리핀계 정유사인 페트론 등과 장기 운송 계약을 맺고 화물을 나르고 있다.

현대상선과 S-OIL 간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총 1,600만톤 규모의 원유를 중동에서 실어나르는 계약이 체결됐다. 현대상선은 이를 위해 30만DWT(재화중량톤수)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투입했으며 총 계약금액은 2,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상선은 2002년부터 S-OIL의 물량을 맡으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S-OIL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장감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OIL의 한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대상선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라인을 통한 원유 공급이 끊길 경우 원자재 운송에도 일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유조선 운영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선과 비교하면 유조선 운임 시황은 괜찮은 편이어서 법원이 계약 중단을 명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원유선 시장은 유가 하락에 따라 상업·전략 비축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장거리 계약 비중이 증가해 운임이 호황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상선과 현대글로비스는 2010년 선박 2척을 용선해 철광석을 실어나르는 20년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현대상선은 올 초 벌크전용선 사업을 에이치라인해운에 1,200억원에 매각하면서 포스코·한국전력 및 발전자회사들과 체결한 사업을 통째로 넘겼지만 이 계약은 유지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현대글로비스로부터 철광석을 공급 받는 현대제철의 원재료 수급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현대상선의 장기 화주들은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상황을 낙관해왔다. 재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법정관리 기업으로 현대상선 대신 한진해운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진해운의 재무 구조가 현대상선보다 더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지연되면서 “안심할 수 없게 됐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용선료 단체 협상에 불참한 영국계 선주사인 ‘조디악’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현대상선과의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선주사 전체가 용선료 인하에 합의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어 협상이 끝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상선 입장에서 보면 벌크선 계약 유지는 장기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올 1·4분기 회사 매출에서 벌크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선에 불과하지만 계약 기간이 길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 ‘알짜 사업’으로 분류되는 탓이다. 내리막을 타던 운임도 최근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벌크선운임지수(BDI)는 2월 307까지 떨어졌다가 3월 들어 514로 뛰며 반등에 성공했고 4월 중에는 700선까지 넘어섰다. 앞으로는 벌크선 시장에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상선이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더라도 한번 신뢰를 잃으면 글로벌 벌크선 시장에서 수주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운업 구조조정이 ‘소프트랜딩(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며 “금융당국이 구조조정과 관련해 시장에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