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수백억원의 뭉칫돈을 찾는 데는 단 사흘이 걸렸다. 검찰은 자금의 성격 규명과 함께 해외 거래 등 자금의 일본 유출에 대한 집중 수사에 돌입할 태세다. 특히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일본인 자금관리인 G씨의 소환 시기가 해외거래 관련 의혹을 규명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격호·신동빈 연간 수백억 자금 받아=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1년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계열사 자금을 받아 운용했다는 정황을 파악해 자금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17곳에 이르는 동시다발 압수수색에서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3층에 있던 금전출납부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지난주 말 자금관리인 L씨 등의 소환조사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1년에 백수십억원의 자금을 계열사로부터 받아 운용한 것으로 확인했다.
신동빈 회장 역시 연간 200억원 이상을 계열사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에 소환된 롯데 오너 일가의 재산관리인들은 이 돈을 “배당과 급여”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배당과 급여로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압수수색 당시 신 총괄회장의 개인 금고가 텅 비어 있었던 점 등 은폐 정황을 고려할 때 비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한일 롯데 금고지기 G씨 소환 시기는=현재 검찰이 밝히고 있는 롯데그룹 비리 수사의 초점은 △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그룹 및 총수 일가의 불법 부동산 거래 등 세 갈래다. 검찰은 이 가운데 비자금 조성 과정과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일본 계열사 등이 관여하거나 일본으로 자금이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이 “새로 접근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며 “해외거래 부분도 문제점이 있다면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롯데그룹 내 한일 양국의 자금 관리인으로 손꼽히는 G씨의 소환 시기가 수사의 진도를 가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G씨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국내 금융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이자 일본롯데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동시에 역임하고 있다. 여기에 신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경영권 표 대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일본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의 이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는 지분의 93.83%를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를 최대 주주로 두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장악하면 자연스레 국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현재 신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의 31.1%를 지닌 종업원지주회를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면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종업원 지주회는 종업원들이 구성원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지주회 이사장이 전권을 지닌 구조”라며 “지난해 7월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측근을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인물이 바로 G씨다. 특히 G씨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부터 양국의 자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G씨를 소환 조사하면 일본과의 자금 의혹에 다가섰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롯데쇼핑 고리 일본대출 이용 의혹도=롯데그룹은 지배구조 특성상 계열사 운영자금의 상당 부분을 일본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1조3,192억원가량의 장기외화차입금을 두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금리는 10.75%로 11%에 육박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한국에서 빌린 원화 차입금 1조60억원의 최저 금리는 연 1.91%에 불과하다. 호텔롯데 역시 일본롯데에 올해 1·4분기 말 기준으로 1,026억원의 차입금을 두고 있다. 국내의 싼 이자를 두고 굳이 일본에서 고금리로 자금을 차입한 이유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해외거래도 성격이 다양하다”며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진동영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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