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A자산운용사는 지난 24일 오후 긴급회의를 가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현실화되자 이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A사 대표는 “영국의 경우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 악화에 따른 거래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높은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브렉시트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국내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인 영국 런던의 자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인 RCA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런던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425억달러로 미국 뉴욕(892억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영국 자산 가격 하락 불가피…투자 회수 비상=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거래 침체와 자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파운드화 급락으로 인해 자산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현재 영국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삼성생명이 약 6,000억원을 들여 직접 사들인 영국 런던의 ‘런던30그레셤(사진)’과 같은 해 삼성SRA자산운용이 약 2,500억원을 들여 매입한 ‘서티크라운플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이 중 서티크라운플레이스는 펀드 만기가 오는 2018년이라 기관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도 “기존에 투자한 부동산의 경우 환헤지가 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환율·유동성 등 모든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최근에 유럽에 투자한 기관들은 당분간 ‘투자 회수(exit)’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5일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리서치 기관인 그린스트리트어드바이저스는 “향후 3년간 런던 오피스 빌딩의 가치가 20% 가까이 하락하고 임대 시장도 크게 침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가 위기=전문가들은 브렉시트는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에서도 유럽연합(EU) 탈퇴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EU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을 포함해 그간 국내 기관들의 관심이 높았던 독일이나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투자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벤트라 예측이 어렵지만 그동안 영국이 EU에 냈던 어마어마한 분담금을 독일이나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이 나눠내야 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경제와 자산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글로벌 자금들이 영국이 아닌 미국이나 아시아 지역의 안전자산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 운용사 대표는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미국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파운드화 불안에 따른 영국 부동산 시장 변동성 확대로 미국이나 아시아로 눈길을 돌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A사 대표도 “영국을 제외하면 오히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면서 코어(Core)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 가격 하락 이후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올 5월 유럽 부동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 운용사를 선정한 지방행정공제회 관계자는 “대체 투자는 장기 투자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 정해놓은 투자 계획을 변경할 생각은 없다”며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오랫동안 시장을 괴롭힐 이슈는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향후 투자를 늘릴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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