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듯 우유 소비는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1인당 우유 소비량(흰 우유 기준)은 2000년 30.8㎏에서 지난해 13.6% 감소한 26.6㎏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원유 공급은 항상 넘쳐 유가공 업체가 쓰고 남은 원유를 보관할 목적으로 말린 분유 재고량은 지난달 말 기준 적정 재고량인 8,000톤보다 2배 이상 많은 1만7,086톤에 달했다.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으면 제품가격은 내려가야 맞다. 그런데도 그동안 시중 우윳값이 ℓ당 2,500원 선으로 고정되다시피 했던 것은 원료인 원유가격이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낙농가의 생산비에 따라 원유가격을 조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2013년 도입했다. 도입 첫해 원유가격은 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올랐고 2014년과 2015년에는 동결됐다. 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는 농가와 국내 우유 시장의 현실을 감안해 낮춰야 한다는 유가공 업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정부가 중재한 결과다. 원유가격이 수급에 맞춰 조정되는 대신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우윳값도 덩달아 왜곡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물보다 싼 우유가 수두룩한 상황에 우리만 비싼 원유를 과잉 생산하는 지금 구조로는 낙농 선진국과 경쟁할 수 없다.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원유가격을 찔끔 내린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가의 안정적 생산을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수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 시스템에 걸림돌이 됐다. 원유가격연동제를 손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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