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중앙통계청(CSO)은 201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3%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이 1973년의 14.8%라는 점에 비춰본다면 경제가 상상을 초월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아일랜드 정부는 26.3%라는 경제성장률이 실물경기의 회복을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93.8%에서 79%로 낮아지는 등 재정이 튼튼해지고 있으며 정부 수입, 소비자 지출, 신규 일자리가 나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이날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경제성장률과 그 이외 지표들까지 모두 확고한 경기회복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람들의 삶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침체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학계와 시장에서는 아일랜드의 성장률이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의 결과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 중 가장 법인세율(12.5%)이 낮은 아일랜드로 본사를 이전했고 이에 따른 자산 및 로열티 수입 증가가 아일랜드 GDP에 새로 잡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어 아일랜드의 GDP 성장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 2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엔다 케니 총리가 소속된 통일아일랜드당이 158석 중 50석을 얻는 데 그칠 정도로 대패한 것도 아일랜드인들이 경제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일랜드 코크국립대(UCC)의 시머스 코피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일랜드의 총부가가치는 엄청나게 늘었지만 임금과 이익의 증가에 별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비농업 부문 임금은 2014년 677억유로에서 2015년 715억유로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의 경제학자인 짐 파워도 고용지표·세수 등을 근거로 실제 아일랜드 경제가 5.5% 성장했을 것이라며 “아일랜드의 경제가 ‘상당히’ 성장하고 있지만 ‘극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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