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린이날, 현충일, 한글날을 날짜제에서 요일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월 5일인 어린이날을 5월 둘째 주 월요일 등으로 바꿔 매년 ‘토일월’ 3일 연휴를 정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해피먼데이’제도로, 국민들의 ‘돈을 쓸 시간’을 마련해 내수에 마중물을 붓겠다는 복안이다.
26일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날, 현충일, 한글날을 요일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하반기 중 연구용역을 발주해 공휴일 제도 전반을 검토, 합리적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0년 이후 일본은 4개 공휴일을 날짜제에서 ‘0째주 월요일’로 바꿔 3일 연휴를 정례화해 내수를 살리는 마중물로 활용했는데, 우리도 이를 검토하겠다는 의미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휴일 전반을 들여다본 결과 어린이날, 현충일, 한글날이 날짜제를 유지할 이유가 가장 약한 날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휴일은 총 9개(설날, 추석 제외)다. 일단 광복절은 요일제로 바꾸기 곤란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8월 15일은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날이고 전세계적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이기 때문에 이를 우리나라만 요일제로 바꾸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10월 3일 개천절도 단군이 건국한 특정한 날이므로 요일제로 바꾸기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인 축제가 벌어지는 크리스마스(12월 25일), 신정(1월 1일)도 우리만 요일제로 바꿔 다른 날에 쉬는 것은 맞지 않다. 3·1절 역시 우리나라가 대규모 독립운동을 벌인 상징적인 날이다. 석가탄신일도 음력 4월 8일로 정해져 있고, 이를 요일제로 바꿀 시 불교계의 반발이 우려된다.
정부는 어린이날, 현충일, 한글날이 각각 5월과 6월, 10월로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과 겹쳐 있고 정례 여름·겨울 휴가 사이에 여행을 가고자 하는 수요와도 맞물려 3일 연휴가 보장되면 내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날이 요일제로 바뀌면 어린이날의 의미와 맞물려 가족 단위의 나들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해 금요일이었던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5~8일 4일 연휴가 생기자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5월 연휴(2~5일) 대비 16%, 고궁입장객 70%, 고속도로 통행량 9%, 고속버스 탑승객 수 18%, 야구장 입장객 수 44%, 국내선항공기 탑승객수가 5% 급증했다.
다만 3일 정례 휴일이 주어지면 국민들이 미리 해외여행을 계획해 내수 활성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여행보다는 일본, 동남아시아, 중국 등으로 2박 3일간 단기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여행 붐이 일면서 해외출국자수는 매년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세종=이태규·구경우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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