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실적과 경영비전을 바탕으로 장수 CEO의 전통을 만들고 있다. ‘증권사 CEO는 파리목숨’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26일 IBK투자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신성호 사장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이사선임 안건을 오는 9월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신 사장은 2014년 8월 2년 임기로 IBK투자증권 사장을 맡아 8월21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연임안이 주총에서 확정되면 신 대표는 1년 더 IBK투자증권을 이끌게 된다. IBK투자증권의 최대 주주는 IBK기업은행으로 이번 연임 결정이 사실상 정부와 교감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에서는 안동원 전 BNK투자증권 대표와 임재택 전 아이엠투자증권 대표가 경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임 기간 동안 IBK투자증권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신 사장이 더 좋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장은 증권사 1세대 애널리스트 출신 CEO로 꼽힌다.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장을 거쳐 IBK투자증권 사장에 올랐다. 사장 취임 후 IBK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118억원, 지난해 303억원 등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4월에는 중기특화 증권사로 선정돼 중소·벤처기업 관련 정책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금융권 최초로 저성과자 일반해고 취업 규칙을 도입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신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증권가에는 장수 CEO가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장수 CEO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꼽힌다. 유 사장은 지난 3월 재연임에 성공하며 10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2007년 3월 당시 47세로 업계 최연소 CEO에 오른 뒤 1년마다 묻는 재신임에서 9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8년 만에 최대 실적인 2,848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그가 재임한 기간 동안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국내 톱클래스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중소형 증권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을 ‘자기자본수익률(ROE) 1등 증권사’로 탈바꿈시킨 최희문 대표도 올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873억원으로 1973년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했고 수익성을 나타내는 ROE는 21.3%로 증권업계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김해준 교보증권(030610) 대표는 4연임에 성공하며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대표직을 이끌게 됐다. 비은행 출신인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대표도 취임 이후 안정적인 실적을 토대로 3연임에 성공했고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도 올해 두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서민우·박호현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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