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의 주범이 저유가 이외에도 식료품, 무상교육과 반값 등록금, 음식·숙박 서비스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 물가 상승률에서 전·월세 등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2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중간보고서)에서 2013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인플레이션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6∼2012년 평균 3.1%에서 2013년부터 지난 6월까지 평균 1.1%로 2.0%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이 품목별 물가기여도를 산출한 결과 식료품은 2006∼2012년 0.68%p에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0.15%p로 떨어졌고 에너지는 0.52%p에서 마이너스(-0.51%p)로 바뀌었다. 또 서비스는 1.38%p에서 0.95%p로 하락했고 상품은 0.48%p로 변동이 없었다.
한은은 “서비스에서 교육과 음식 및 숙박이 물가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주거서비스는 전·월세 가격 상승을 반영해 기여도가 꾸준히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에서 교육의 기여도는 0.40%p에서 0.15%p로 대폭 하락했다. 무상교육 확대, 대학등록금 인하 등 정부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음식·숙박의 기여도도 0.37%p에서 0.23%p로 떨어졌다.
반면 전·월세 가격을 반영한 주거서비스는 0.29%p에서 0.36%p로 상승했다. 2013년 이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전·월세 가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 셈이다.다만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1,000.0)에서 전·월세의 비중이 9.3%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체 전·월세 가격의 상승으로 서민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물가를 결정하는 요인을 수요 및 공급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2013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분(-2.0%p) 중 공급요인(-1.5%p)의 비중이 수요요인(-0.5%p)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요인 중 국제유가의 기여도 하락 폭이 -0.9%p로 가장 컸다. 국제유가는 2014년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하락하며 물가상승률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환율의 기여도 하락폭은 -0.1%p에 불과했고 농산물가격은 -0.5%p를 기록했다.
물가 결정요인을 국내와 해외로 나누면 해외요인의 물가상승률 하락기여도가 4분의 3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한은은 물가결정요인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파급되는 영향의 지속성을 분석한 결과, 수입물가 및 환율은 4분기 가량, 국제유가와 농산물은 각각 3분기와 2분기의 지속성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제유가가 직접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주는 ‘1차 효과’는 1년 안에 대부분 소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유가하락의 2차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물가 하락압력은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7년 상반기에 물가안정목표인 2.0%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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