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하며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가야 한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불확실한 사업환경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해낼 수 있다’ ‘꼭 해낸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추진해 나가야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던 지난 2011년 10월 그룹 창립 기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후 한화는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했다. 전세계적인 태양광 공급 과잉의 위기가 끝나가는 지금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본격적인 실적 상승세를 타며 명실상부한 그룹의 성장엔진으로 톡톡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의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큐셀은 올해 1·4분기 기준 총 5.2GW의 태양광 셀 생산량을 보유한 세계 1위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태양광 모듈 판매량은 3,306MW로 세계 4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2015년 매출액 17억9,950만달러, 영업이익 7,660만달러를 기록하며 5년만에 공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셀·모듈 공장을 충북 지역에 구축함으로써 충남(사업화)-충북(생산기지)-대전(연구개발·R&D)를 잇는 태양광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구상도 본격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한화의 투자는 꾸준하면서도 전략적이다. 한화는 2010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사들여 한화솔라원을 출범시켰다. 2012년엔 파산한 독일 큐셀을 인수했고 이 회사는 한화큐셀로 탈바꿈했다. 이어 지난해 2월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한화큐셀로 통합시켜 운영비를 크게 절감하고 개발·생산 과정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남성우 한화큐셀 사장은 “통합 이후 지난해 보여준 생산비용 절감은 한화큐셀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것을 입증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의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대형 계약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서 두번째로 큰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로부터 올해 말까지 1.5GW에 이르는 태양광 산업사상 최대 규모의 모듈을 납품하는 계약을 따냈다. 1.5GW의 모듈로 만드는 전력량은 대구광역시 전체 인구(약 250만명)가 연간 사용할 수 있을 수준이다. 양사는 내년 이후 넥스트에라가 건설하는 태양광 발전소에도 한화큐셀의 모듈을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0월 미국 오스틴 에너지와 전력 구매계약(PPA)도 맺었다. 한화큐셀이 미국 텍사스주에서 여의도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부지에 170MW 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지어 생산한 전력을 오스틴 에너지에 판매하는 계약이다. 한화큐셀은 내년 말까지 건설을 완료하고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신흥시장 공략도 적극적이다. 한화큐셀은 인도 신재생에너지 회사인 리뉴파워와 합작해 현지 중부 텔랑가나주에 전체 148.8MW에 상당하는 태양광 발전소 2기를 건설한다. 또 인도 아다니그룹에 70MW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또한 터키에서도 18.3MW에 이르는 현지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건설하고 있다.
한화는 태양광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하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을 전세계에 홍보하는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화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지향하는 친환경 정신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2013년 2월 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시 콩그레스센터 지붕에 640장의 모듈을 이용, 총 280kW에 이르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2011년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지역 학교들에도 태양광 설비를 기증했다. 또 한화는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중국 닝샤자치구 링우시에도 숲 조성 사업을 돕기 위해 태양광 설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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